직전 국회의장이 총리로…삼권분립 훼손이다
직전 국회의장이 총리로…삼권분립 훼손이다
  • 승인 2019.12.19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전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총리후보에 지명되는 비상한 사태가 벌어졌다. 문재인대통령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차기 국무총리에 지명하고 당사자가 수락한 것이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 수장을 지낸 인물이 행정부 2인자로서 대통령 명을 받겠다는 것이니 이런 낭패가 없다. 삼권분립 헌법정신이 난도질당한 셈이다.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로 옮겨 가는 것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좋지 않은 전례이다. 특히 정 후보자는 현 정부의 전반기에 국회를 이끌던 주인공이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하겠다는 독재선언”이라면서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국가 의전서열상으로도 국회의장은 2위, 총리가 5위다. 입법부로서는 이런 수치가 없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이 논평했듯이 문재인정권 들어 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로 옮겨, 입법부가 행정부의 부속기관으로 전락하는 막장드라마를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정 후보자의 총리 지명 배경은 두 가지다. 첫째, 대기업 임원을 지내고 참여정부 때 산업부 장관을 역임, 실물 경제에 밝다는 점이다. 둘째, 6선 의원으로서 대화와 타협을 중시 해왔다는 점이다.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타협을 중시하며 의회주의자를 자처해온 정 후보자가 야당과의 협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지적했듯이 전남출신 총리에 이어 전북출신을 총리로 하는 것은 대통합도 화합도 아니다.

정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삼권분립 논란은 간단히 지나칠 일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총리후보를 발표하면서 “주저함이 있었다”고 밝힌 것처럼 국회의장 출신을 총리로 지명한 점은 극히 우려할 일이다. 더구나 정 후보는 아직 임기가 진행 중인 20대 국회 전반기의 국회 수장이었다. 2006년 열린우리당 의장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여당 당대표가 일개 장관으로 격을 낮췄다”는 비판을 받더니 이번에는 직전 국회의장에서 총리로 격을 낮추면서 입법부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정 후보가 당초 검토되던 김진표 의원의 대타라는 점에서도 국회의장의 위상이 극도로 희화화되고 있다. 김 의원이 진보진영과 친문(親文)세력의 반대에 밀려난 것도 한심한 일인데, 국회의장 출신이 그 자리를 떠맡는 것은 더욱 수치스러운 일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