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각이 예산이 되었다
우리의 생각이 예산이 되었다
  • 승인 2019.12.2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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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동 단위에서 시행되는 주민참여예산제에 참여한 주민의 말이다. 주민이 불편한 문제나 좋은 아이디어를 민원으로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예산으로 편성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읍면동지역회의’는 이렇듯 주민의 경험과 인식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

지방재정의 민주성·책임성·투명성을 강화하는 주민참여예산제는 현 정부 국정과제의 하나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대구시도 올해 시, 구·군으로 나누어져 있던 사업 공모 방식을 일원화하는 ‘참여예산제도 원스톱서비스’를 실시해 주민 편의성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행정안전부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

지난 여름 139개 읍면동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던 지역회의는 전국 최초라는 점에서 놀라우면서도 대구가 아니면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구 차원에서, 읍면동 단위에서 정신없이 해냈다는 것이다. 올해 양적 확대를 이루었으니 내년은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의미있는 사업이 되도록 지금부터 준비하여야 한다. 사업 지역, 의제의 개수가 아니라 왜 이 사업을 하는지, 사업목표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사업의 의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참여를 위한 홍보가 중요하다. 주민이 예산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는 일은 주민자치, 주민의 역량강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홍보는 사업의 시작을 넘어서 효과를 예상할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다.

동지역회의에 직능단체 회원 외에 다양한 연령의 일반 주민이 50% 이상 참여하도록 구성요건이 강화되었으니 마을 전체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참여자로 회의를 구성하자. 주민참여예산 평가에 있어서도 특별히 청소년과 청년의 참여, 교육, 홍보, 온라인 활동 등이 강조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시와 구군 협력 사업의 경우 구군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방분권에 있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만의 관계가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의 분권도 중요하다. 만약 대구시청에 모인 구군 담당자와 주민이 뒷자리에서 박수만 치다가 오는 경험을 한다면 지역에서의 분권운동, 주민자치운동은 활성화되기 힘들다.

시와 구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찾아가는 구·군 분권 토크’의 경우 시는 예산, 기획, 행사 진행을 담당하고 구는 장소제공, 청중 섭외 등 역할을 분담해 진행한다.

시민들에게 지방분권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토크 형식과 뮤지컬 등과 함께해 지방분권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도 있지만 청중 동원은 여전히 어렵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분권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실제 구단위의 자치분권 사업은 거의 없다. 더불어 8개 구·군 분권협의회 연합체인 ‘대구시 지방분권협력회의’도 활성화되지 못했다. 방법은 구단위의 지방분권 활동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시는 예산을 지원하고 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야 한다. 자치분권이야말로 지역에서 움직여야 그 의미가 살아난다.

대구시의 경우 공모사업을 일원화한 사례가 우수사례로 채택되었는데,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예산 우수사례를 지역에서 밴치마킹 할 수 있다. ‘부산광역시’의 경우 유명 관광지인 송정해수욕장 인근 ‘송정 민박촌’의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였다. 서핑을 테마로 한 보행로 개선 및 벽화 단장(힘이 되는 긍정적 문구들로 구성) 등 주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쇠퇴된 상권과 슬럼화된 지역을 정비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춘천시는 주민제안으로 ‘춘천시 버스노선 안내원 사업’을 시행한다. 지역 내 관광객이 증가하고 고령인구 비율이 높으며, 청년 취업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민 의견이 제안되었고 선정되었다.

서울시 중구에서는 구와 동이 연계·협업하여 주민 생활과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洞)정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구축하고, 동 전체(15개)에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의무화했다. “내가 낸 세금, 쓸 곳을 결정합니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주민 홍보를 강화하고, 모바일 주민제안·투표 등 쉬운 경로를 통해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관련 절차도 개선하였다.

사실 서울시 중구 사례는 그 자체로는 놀랍지 않다. 대구시의 경우 올해 8개 전 구군에서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가 이루어졌지 않은가.

중요한 의미는 과정에 있다. 구와 동이 연계·협업하듯이 시와 구가, 구와 동이 차근차근 연계·협업하여야 한다.

주민참여예산과 관련, 정부는 “자치단체의 예산 편성 뿐만 아니라 예산 전 과정에 대한 주민참여를 지원하고, 활성화하여 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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