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 ‘캣츠’, '과유불급' 정교한 CG가 만들어낸 불편함
뮤지컬 영화 ‘캣츠’, '과유불급' 정교한 CG가 만들어낸 불편함
  • 배수경
  • 승인 2019.12.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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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로 풀어내는 그들의 삶
수석 무용수·팝스타 등 캐스팅
화려한 춤·노래로 채워졌지만
별다른 스토리 없이 느슨한 전개
반감 불러 일으킨 과한 CG 혹평
영화캣츠-2
 

‘오페라의 유령’,‘레미제라블’,‘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캣츠’는 1981년 처음 선보인 이래 전 세계 30여개 나라, 300여개 도시에서 공연될 정도로 인기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00만 관객을 돌파한 바 있다. 2012년 영화 ‘레미제라블’로 592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톰 후퍼 감독은 어린시절 자신을 매료시킨 뮤지컬 ‘캣츠’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193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1년에 단 하루,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고양이를 선택하는 축제가 벌어진다. 쥐들에게 음악이나 뜨개질을 가르치는 검비 고양이 ‘제니 에디닷’, 바람둥이 고양이 ‘럼텀 터거’, 부자 고양이 ‘버스토퍼 존스’, 극장 고양이 ‘거스’, 기차 고양이 ‘스킴블샹스’,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등은 지혜롭고 현명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너미’에게 선택받는 단 한 마리의 고양이가 되기 위해 노래와 춤으로 자신의 삶을 풀어놓는다.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역시 새로운 삶을 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때는 아름다웠지만 이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지치고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는 다른 고양이들의 외면을 받고 그 주변을 맴돈다.
 

캣츠
 

‘캣츠’는 T.S.엘리엇의 시집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총 14편의 시마다 각각 특별한 고양이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만큼 뮤지컬이나 영화 모두 별다른 서사 없이 고양이의 춤과 노래로만 가득 채워진다. 여기에서 영화‘캣츠’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어질 수 밖에 없다. 영화는 뮤지컬과는 달리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버려진 고양이 빅토리아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느슨해져 버린다. 영화가 지루하다는 혹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캣츠’가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이 사라진 곳을 탄탄한 스토리로 채웠더라면 관객의 평가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들의 화려한 춤과 노래로 이루어진 퍼포먼스는 나무랄데가 없다. 그렇지만 정교한 분장과 디테일한 움직임은 장점이면서 동시에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단점으로도 다가온다. 고양이를 표현하기 위해 배우의 얼굴과 몸에 CG로 고양이 수염과 털, 꼬리, 귀를 합성한 것은 ‘과유불급’. 오히려 기괴하게 느껴져 당혹스러움과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캣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의 몸짓과 흡사한 배우들의 움직임은 놀랍다. 특히 로열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프란체스카 헤이워드가 연기하는 빅토리아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관객의 눈길을 끈다. 뮤지컬 영화인만큼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직접 사운드 트랙에 참여해 이미 뮤지컬을 통해 널리 알려진 곡들은 물론 영화를 위해 새롭게 만든 곡 ‘뷰티플 고스트’(Beautiful Ghosts)도 선보인다. 이 곡은 섹시한 고양이 봄발루니아 역을 맡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부른다. 뮤지컬 ‘캣츠’는 모르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곡 ‘메모리’(Memory)는 압권이다.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던 그리자벨라가 지금은 늙고 외로운 고양이가 되어 절절한 외로움을 담아 부르는 ‘메모리’는 엘리엇의 ‘바람 부는 밤의 랩소디’(Rhapsody on a Windy Night)를 개사해서 만든 곡으로 전해진다. 노래 속에는 인생의 덧없음과 새로운 희망이 담겨있다. ‘드림걸즈’의 제니퍼 허드슨이 그리자벨라로 나와 노래로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이안 맥켈런과 주디 댄치같은 노배우들의 등장도 반갑다.

한편의 동화같은 영화 ‘캣츠’는 배우들의 연기, 음향, 화려한 특수효과 등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낯선 장르에 처음 도전하는 관객에게는 지루함과 당혹감을 안겨주는 불친절한 영화라는 평을 얻고 있어 안타깝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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