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과학이다
의학은 과학이다
  • 승인 2019.12.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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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비인후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최근 구충제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루머가 떠돌면서 시중 약국에서 구충제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며 한술 더 떠 일부 온라인에서는 구충제가 비염이나 아토피피부염에도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맹신되고 있다고 한다. 또 과산화수소로 귀를 씻으면 비염이 완치된다는 루머마저 항간에 떠돌고 있으며 이에 따르면 귀지를 제거하고 과산화수소로 귀를 씻으면 비염이 완치된다고 하는데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관점에서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적당량의 귀지는 귀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요소이며 이를 과도하게 제거할 경우 외이도염등의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루머에는 과산화수소를 귀에 넣게 되면 귀와 코는 연결이 되어 있어 귀를 치료하면 비염도 좋아진다고 그럴싸하게 소개하고 있으나 이는 근거 없는 망상일 뿐이다. 정확히는 고막내부의 중이와 코의 뒤쪽인 비인두가 이관이라는 구조물에 의해 연결되어 있으며 귀 바깥에서 아무리 과산화수소를 들이 부은 들 고막에 의해 막혀 있기 때문에 절대로 코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단지 과산화수소 같은 소독약을 귀에 바르면 마치 박하사탕처럼 일시적인 청량감을 줄 뿐이다.

한국은 의료기관 접근성이 세계최고라 할 정도로 의료천국인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서 의학과 관련된 근거없는 루머가 성행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며 이는 비단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아니 될 듯 하다.

몇 년전 미세먼지 배출에 삼겹살이 도움된다는 루머가 유행하면서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는 삼겹살 매출이 크게 증가한 적이 있었다. 사실여부를 전문가에게 객관적으로 확인받아야할 의무가 있는 공중파 방송마저 사실 검증없이 이를 대서특필하였다. 시간이 지나 결국 이는 거짓임이 밝혀졌으나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이는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11개 시도에서 난임부부를 대상으로 한방난임사업을 실시하였으며 이의 임신율이 14%로 인공수정의 임신율과 비슷하다고 주장하였다. 최종단계에 논문 한 편 이상 게재 의무가 있어 해외에 논문심사를 의뢰하였으나 영국의 생물통계학자인 잭 윌킨슨은 한방난임사업과 관련한 논문 심사 자체를 거절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이것은 과학이 아니고 임상 연구도 아니다. 터무니 없는 연구(This is not science. This is not clinical research. This abstract is clearly ludicrous)”라고 올리며 댓글에 “사기꾼들이 자신의 업적을 쌓기 위해 비윤리적인 연구를 하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위 사태를 보면 플라시보 효과가 떠오른다. 플라시보 효과란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 복용했음에도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으로 신약 임상 시험시 가짜약을 복용한 대조군중에서 일부는 실제로 증상이 호전된다고 느낀다. 구충제 투약후 일부 사람들이 병세가 호전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이런 플라시보효과로 설명 가능하다.

구충제부터 과산화수소, 그리고 한방난임사업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의학은 과학이라는 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과학은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이라 한다. 즉 의학 또한 ‘보편적인 치료법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 이라 할 수 있으며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임상연구와 결과를 토대로 검증받아야만 한다.

어떤 치료법이든지 과학을 토대로 하여 객관적 검증을 받지 않는 한 사술(邪術)에 불과할 뿐이며 이는 의학(醫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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