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대중성 균형 잡힌 빛예술제 구현”
“작품성·대중성 균형 잡힌 빛예술제 구현”
  • 황인옥
  • 승인 2020.01.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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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빛예술제’ 전시감독 서영옥
대구 최초 빛 테마 야외설치전
행사 정체성 잘 살려낸 작가존
10인 10색의 다양한 작품 선봬
중견작가 중심 작품 무게 잡아
시민 참여작들과 조화 추구도
서영옥 감독
서영옥 감독이 박상언 작가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헌 작 낙타의 꿈
이상헌 작 ‘낙타의 꿈’.

도심에 어둠이 내리면 네모난 상자들 틈에서 빛이 새어나온다. 빛이 더해지면서 낮에 보았던 작품과는 또 다른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존재감을 더한다. 수성못 핫플레이스에 설치된 박상언의 작품이다. 몇 발자국 더 가면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나무조각 인물상도 만난다. 인물조각 위로 상영되는 영상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조각가 신강호의 작품이다. 이번에는 수성못 언덕 아래로 내려가자 조각으로 구현한 한자 아래에 위로를 건네는 한글 단어 30여개가 불빛에 반짝인다. 현대서예를 추구하는 작가 이정의 설치작품이다.

차가운 겨울의 수성못이 따뜻한 예술의 빛으로 넘실댄다. 대구 수성구청이 주최하는 겨울축제 ‘제1회 수성빛예술제’가 한창이다. ‘사람·자연·빛’을 주제로 수성못 일원에서 펼쳐지는 ‘수성빛예술제’는 수성구청이 겨울철 수성못 볼거리를 위해 기획된 행사로, 올해 처음 선보인다. ‘빛’이라는 테마와 ‘주민참여’라는 가치를 핵심으로 차별화한 이번 예술제는 크게 ‘주민참여존’과 ‘작가존’으로 구성된다.

수성빛예술제가 열리자 수성못이 미술관으로 변신한것 같다. 작가존으로 참여한 김형표, 노열, 노창환, 리우, 박상언, 어호선, 이상헌, 이시영, 이정, 신강호 등 10명 작가들의 설치 작품들이 수성못의 수려한 풍경 속에서 예술적인 향기를 퍼트리는 까닭이다. 

‘작가존’의 작가 전시 기획과 감독을 맡은 서영옥이 “‘빛’을 테마로 야외 설치전을 펼친 전시는 대구에서 최초”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전시는 조각, 영상, 애니메이션, 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빛’을 테마로 구현했다. 서 감독은 작품의 다양성을 두고 “10인 10색”이라며 전시에 녹여낸 작품의 다양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작품의 재료나 형상, 작품 속에 구현한 작가들의 철학이 모두 달라 10명의 작가지만 20명이나 30명 못지않은 쏠쏠한 보는 재미를 선사할 겁니다."

전시규모에 비해 준비기간은 불과 2개월여 남짓. 전시를 앞두고 서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는 빠른 시간 내에 높은 완성도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가 구사한 선택지는 ‘중견작가’ 중심. 서 감독이 “설치장소와의 이동 거리, 순발력, 야외설치경험, 빛을 다룰 수 있는 역량 등에 역점을 두고 작가를 선택했다”며 “그런 기준에 중견작가가 적임자였다”고 작가 선정 기준을 밝혔다.

특히 ‘작가존’에 역점을 둔 부분은 높은 예술성. 예술제라는 행사의 정체성을 ‘작가존’이 중심이 되어 살려내야 한다는 대전제를 세웠다. “‘예술’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주며 예술제의 정체성을 묵직하게 잡아주기 위해 작업에 일가를 이뤄가고 있는 중견작가들을 선택했죠.”

서 감독이 기획단계에서 예술성 못지않게 고심한 부분은 또 있다. “이번 ‘작가존’이 수성빛예술제의 첫 번째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시민참여형 예술제에 부합하는 대중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른바 시민참여 작품들과의 균형찾기였다. 서 감독은 기획의도에 맞는 전시를 구현하기 위해 3차에 걸친 대화형 세미나 개최, 참여 작가들과 1:1 멘토링을 이어왔다. “작품 속에 빛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작가들과 충분히 협의해가며 작품성과 완성도, 그리고 대중성까지 담아내려 했어요.”

서 감독은 ‘동시대 공공미술의 공공성에 관한 연구(사회참여형 공공미술을 중심으로)’로 박사학논문을 취득했다. 또한 2009년 방천시장미술프로젝트에서 전체 진행과 기록을 담당했으며, 대구미술비평연구회에서 15년간 회원·8년간 사무국장을 지냈다. ‘공공미술’에 대한 이력이 탄탄한 서 감독답게 이번 ‘작가존’에서도 공공미술의 성격을 담아내고자 공간을 할애했다. 이른바 ‘대학생청년작가’전을 특별구성하며 공공미술의 역할 확대를 모색한 것.

‘대학생청년작가’전에는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경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형섭, 박준석, 박지훈, 설혁준, 이수아, 임용진, 전규송, 전세주, 조신영, 최진아 등 10인의 설치작품이 참여했다. 이 코너에는 참여 작가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와 함께 지역미술대학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도 함께 담겼다. "대학생청년작가들은 전시경험이나 작품제작에 따른 노하루가 부족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런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역량을 키워주자는 취지로 청년작가들을 중견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구성했어요."

수성빛예술제가 대구아트스퀘어와 강정대구현대미술제와 함께 대구의 3대 미술행사로 꼽는 이들도 있다. 1회 개최에 확실한 존재감을 확보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서 감독이 이에 대해 ”수성구청이 예술적인 안목이 높아서 이런 비전 있는 예술제를 기획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주민참여 행사에 예술가를 초대해 작가들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의 발판도 만들었다는 의미였다.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작품이 주민들의 생활공간이자 시민들의 휴식장소인 수성못 야외에 설치돼 작품 관리가 쉽지 않았다. 서 감독이 매일 전시장을 찾아 훼손된 작품이 없는지 살피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 감독은 야외 설치에 따른 어려움 외에도 설치 작품 공간 확장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향후 수성못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작품 설치를 집중 배치하는 지금의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수성못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사각지대에까지 작품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 ”사각지대에도 작품을 설치하면 수성못 전체가 예술성으로 빛이 날 겁니다. 또 다른 수성못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제1회 수성빛예술제’는 12일까지.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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