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나는 교회에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교인들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아직도 그 차가운 바다 속에서 찾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그 시신이 춥고 어두운 물살 속에서 아직도 가족들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절로 마음이 아프게 다가왔다.
본향이 대구 효목동인 우리 집안에도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실종된 어르신이 있기에 더욱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할아버지 한 분이 6.25 전쟁 당시 참전하셨다가 시신도 찾지 못한 채 실종된 것이다.
4형제가 모두 전쟁터로 나가셨는데 막내인 그 분은 어린 나이에 학도병 신분으로 전쟁터로 나가셨다. 당시 겨우 중학교 5학년이라니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학도병 막내 할아버지는 끝내 돌아오지 못하셨다. 증조할머니는 임종하시는 날까지 막내 할아버지를 가슴속 품에서 놓지 못하셨다.
나는 천안함 사건을 보고 우리 주위에는 우리 증조할머니 같은 분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텔레비전에서 천안함 유가족들의 눈물을 보면서 `또 하나의 증조할머니’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가족은 나무의 가지들처럼 함께 있을 때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다. 그런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나무가 제 팔이 부러지는 듯 아픈 고통을 가져오게 되는 것 같다. 태어나는 순간을 보고, 같이 눈물 흘리고, 또 함께 웃어왔던 세월들은 가족 중 한 명이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가슴 속에 남겨질 것이다.
오월의 나무들이 벌써 푸르게 피어나고 있다. 내 곁에 가족들이 살아있어서 함께 있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잃어버린 가족을 추억하는 것도 귀한 일이다. 그래서 남아있는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히 하는 것도 잃어버린 가족을 추억하는 것만큼 소중하다.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가정을 푸르게 일굴 수 있는 오월이 되시길 바란다.
윤정은 (안양예고 문예창작과 3학년5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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