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가난
정신적 가난
  • 승인 2020.05.13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가난이란 것은 물질적인 부분만은 아니다. 가난은 정신적인 부분도 해당된다. 그래서 마음도 가난해질 수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참으로 많다. 물론 본인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가난하면 여유가 없고 늘 궁핍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본인은 생각한다. 물질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 즉,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늘 삶 자체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가난했다. 부모님이 가난했기 때문에 그도 역시 가난했다. 하지만 가난을 그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가난이 그를 선택했다. 가난한 형편에 형제도 많아서 그의 집은 언제나 가난했다. 먹을 것이 부족해 먹는 것으로 형제들과 다투는 일도 잦았고, 입을 옷이 거의 없어 몇 벌로 일 년을 살아야 했다. 여름에 입었던 옷은 겨울이 되면 겉옷 안에 입는 내복의 역할을 대신했다. 그래서 그는 늘 아껴야만 했다. 전기도 아까워 밤이 되면 마을에서 가장 빨리 불을 꺼야 했고, 연필도 사용하고 몽당연필이 되면 버려야 하는데도 버리지 않고 못 쓰는 볼펜 자루에 꼽아서 사용해야만 했다. 근검절약이 습관이 돼, 커서도 그는 아끼며 살았다. 변변한 외식 한번, 옷 한 벌, 여행 한 번 가본 기억이 없다. 늘 가난했기 때문에.

세월은 흐르고 흘러 그의 나이는 50을 넘었다. 직장에서도 안정된 월급을 받으며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됐다. 하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가난했다. 물질적 가난이 아니라 정신적인 가난이 그의 삶을 궁핍하게 만들었다. 그의 입에는 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돈이 없고, 시간이 없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늘 그의 삶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없을 때는 정말 가진 것이 없어서 여유가 없었고, 조금 여유가 생겨도 그는 앞으로 다가올 때를 미리 걱정하며 여전히 여유 없는 삶을 살아야 했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가난의 쳇바퀴를 돌리고 있었다. 마치 숙명인 것처럼 가난의 쳇바퀴를 돌리다 삶이 끝난다. 마음이 가난하면 삶이 가난해진다. 늘 무엇인가에 쫓겨 사는 사람처럼 삶이 각박해진다. 쳇바퀴만 돌린다고 정신이 없다. 이제 그만 가난의 쳇바퀴에서 내려와야 한다.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돈, 여윳돈 100만원이 생겼다고 해보자. 이때 우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100만 원이 생겼구나. 기쁘다”라며 돈이 생긴 것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들, 아니면 사지 못했던 물건을 떠올리며 기뻐한다. 100만 원이 그에게는 덤으로 받은 보너스이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한 부류는 생각지 못한 100만 원이 생겼음에도 “그건 그거고”라며 다시 제로베이스(zero base)를 만든다. 그리고 다시 그 지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그 결과 100만 원은 그에게 보너스의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원래 자신에게 있어야 할 돈이었고 이제야 들어온 것으로 자동적으로 인식돼 버린다. 100만 원이 생겨도 그는 여유롭지 못하다. 이 모습은 물 컵에 음료수가 반(半)이 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반응하는 모습과 같다. 반이나 비었다고 비어있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과 반이나 남았다고 차있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 문제는 컵에 담긴 음료수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의 차이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을 살펴보면 물질적으로 여유가 되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다. 모두가 넉넉하지 않다. 알게 모르게 모두 빚을 안고 살아가고 있고,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누구는 누리고 살고, 누구는 늘 쪼들리며 살아간다. 그 차이는 비단 물질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있고, 모아둔 돈이 없는데도 나누고 사는 사람이 있다. 가난은 물질만의 문제를 넘어 정신적인 부분도 매우 크다.

마음을 고쳐먹어야 삶의 진정한 부자가 된다. 정신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없어도 없고, 있어도 없다. 하지만 정신적 부자는 없어도 있고, 있어도 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