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좌클릭’ 행보에 숨죽인 TK 의원
김종인 ‘좌클릭’ 행보에 숨죽인 TK 의원
  • 윤정
  • 승인 2020.06.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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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색 지우기’ 우려 시선 속
‘보수 본고장’ 출신 침묵 모드
PK 의원들 날선 비판과 대조
지역 정치권 “할 말 한다더니
지나친 복지부동 자세” 지적
“이러다 보수 설 땅 사라질 것”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출범 이후 ‘좌클릭’ 행보를 보이며 보수와의 본격적인 거리 두기를 시도하자 보수 정치인들의 반발과 우려 섞인 시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통합당의 최대 주주이자 ‘보수의 본고장’ 대구·경북(TK) 지역 국회의원들은 숨을 죽이며 관망하고 있어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통합당의 보수 색채 물빼기에 본격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보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선을 긋더니 “물질적 자유가 목표”라며 보수적 가치와 거리가 있는 ‘기본소득’ 도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보수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동안 통합당으로 이어진 보수정당의 대표나 비대위원장 그 누구도 거론하지 않았던 것을 김 위원장은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이에 대해 TK 정치권은 일단 침묵 모드다. 통합당에서는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유승민 전 의원이 ‘개혁보수’ 노선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반기를 든 게 전부다. 그는 “한국 보수가 망한다는 것은 결국 무능하고 깨끗하지 못한 진보 세력에게 나라 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다 넘겨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권 주자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은 “좌파 2중대 흉내 내면 좌파 위성정당 된다”라고 비판했다.

TK가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이 원내대표를 맡으며 주류행세를 하고 있는데다 주 의원이 설득해서 김 비대위원장을 모셔온 터라 대 놓고 비판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가장 핵심지역인 TK에서 김 위원장의 ‘보수’ 비토하는 발언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이 없다는 것은 지나친 복지부동의 자세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21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 당선인들은 ‘할 말은 하겠다’라고 했는데 지금 이 문제에 대해 전혀 할 말이 없는 모양”이라고 지적하며 “TK마저 보수를 등한시한다면 대한민국의 보수는 이제 설 땅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영남권인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인사들은 김 위원장의 보수 거리두기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김 위원장을 향해 벌써 5번째 저격에 나서고 있다. 그는 6일 김 위원장의 취임 첫 일주일에 대해 “화려한 잔치에 먹을 것 없었고 지지층에는 상처를, 상대 진영에는 먹잇감을 주었다”라고 혹평을 가했다. 또 “당의 마이크를 완전히 독점했다. 무척 제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당을 만들 모양”이라도 꼬집었다.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신중하지 못한 용어 선택으로 당내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고 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은 “보수와 진보 또 우파와 좌파 등 표현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자유와 시장경제라는 두 명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영남권 중진도 “산토끼만 쫓다가 보면 집토끼도 산토끼도 다 놓친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라며 “좌클릭과 외연 확장은 엄연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충청권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도 “보수진영이 비호감이 된 것은 보수의 가치가 아니라 보수 정치가 실패한 것”이라면서 “보수의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당의 창조적 파괴와 외연 확장을 통해 재집권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보수 정체성까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당은 177석의 강력한 힘을 과시하며 21대 국회를 여당 단독으로 이끌어가려는 오만함을 보이고 있고 통합당은 보수 지우기에 힘을 빼고 있어 미래통합당에 미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TK 의원들이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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