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 사발을
단숨에 넘겼더니 하늘도
땅도 별도 둥글어 지더라.
막걸리 두 사발을
벌컥벌컥 마셨더니
마음을 비우고 살라는
법정스님의 말이 와 닿더라.
막걸리 세 사발을
꿀꺽 꿀꺽 삼켰더니
울분 미움 걱정근심이
바람처럼 사라지더라.
◇김병래= 1946년 충남 서산 生. 전 KBS부산방송 아나운서 부장, 문예시대 수필시대 시와 수필 등단,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알바트로스 시낭송회 자문위원, 가산문학 우수작품상 수상, 국제다문화 시공모전 입상, 문예시대 작가상, 경성대학교 사회교육원 스피치지도교수. 저서: 내가 사랑하는 세여인(시집)외 다수 아나운서와 술(수필집).
<해설> 내일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 또 내일, 다음이라고 말하는 게 삶이다. 사는 게 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저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나중에 행복하게 살려 하지 말고 지금 형편대로 이 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 “다음에”라는 말은 언제라도 소용이 없다. 세상일이 산 넘어 산이듯이 인간의 욕구도 산 넘어 산이다. 그래서 자신의 잡다한 욕구를 주변이유 때문에 못 이루었다는 불만의식 보다는,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탁마의식이 인격수양의 척도가 된다.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절대 못생길 수가 없다. 코가 휘었고 입이 비뚤어졌고 이중 턱에 이가 튀어나왔어도 좋은 생각을 가졌다면, 그 좋은 생각들이 얼굴에서 햇살처럼 빛나서 사랑스러워 보인다. 어디에도 완벽한 삶은 없다. 각자 자신의 터전에서 있는 그대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생을 잘 누리는 것이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보다도 자주 웃는 사람이 더 좋은 인생이다. 웃는 것은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더 사라진다. 종이에 손을 베는 날, 가벼운 말들이 다른 이의 피를 흘리게 한 일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니 희망이 깨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먹빛을 밴 내 숲의 나무들이 몸을 풀어 어둠은 눈이 부시도록 환한 꽃불을 켠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