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불편하고 일거리도 없고… 그들은 자활 서비스가 필요하다
거동 불편하고 일거리도 없고… 그들은 자활 서비스가 필요하다
  • 조혁진
  • 승인 2020.08.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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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쪽방촌 주민들의 여름
“기초생활수급자는 일 못해
그저 버틴단 생각으로 살아”
“긴 장마에 일용직도 못 나가”
적십자사, 65세 이상 방세 지원
비수급자엔 일자리 프로그램
쪽방상담소, 식료품 등 제공
쪽방촌주민
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지난 5일 오후 2시께 대구 서구 비산동 쪽방촌의 한 입주민이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조혁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기록적 장마까지 이어진 올해 대구지역 쪽방촌 사람들은 유독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

낮 기온이 33도 안팎까지 치솟은 지난 5일 오후 2시께 찾은 대구 서구 비산동 쪽방촌. 이곳에서 만난 백모(52)씨는 3개월여 전 월세방에 입주했다. 방 안에 낡은 선풍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여름은 코로나19 여파로 무더위 쉼터도 대부분 운영되지 않아 백씨는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견딜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였다. 그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거동이 불편해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백씨는 “그저 버틴다는 마음으로 누워서만 지내고 있다”며 “수급자들은 소일거리로라도 돈을 벌면 경제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지원 대상에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도 못한다”고 털어놨다.

건넛방의 홍모(44)씨는 20년 가까이 쪽방촌 생활을 했다. 대부분 사업장이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하다 보니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입주 기간은 길어졌다. 최근 긴 장마로 건축 공사가 일시 중단되면서 일용직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 점도 홍씨 고충을 가중시켰다.

홍씨는 “일할 때 빼곤 웬만하면 밖에 안 나가려 한다”면서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데 코로나19와 장마 때문에 일거리가 많이 줄었다. 생계급여 비수급자의 경우 장기간 일거리가 끊기면 생계유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이곳 쪽방촌에는 입주민 732명이 생활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지원 등으로 지난해 750여명에서 소폭 줄었다. LH 대구본부는 지난해부터 쪽방촌 주민 등 131가구에 저렴한 보증금을 받고 임대주택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도 65세 이상에게 냉방시설과 2달치 방세를 지원하고. 비수급자 주민을 위한 일자리 자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여러 기관과 연계해 마스크와 위생용품, 식료품, 생필품을 지원하는 등 쪽방촌 주민을 위한 지원책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라고 했다.

쪽방촌 입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활을 돕는 방안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오랜 노력 끝에 신용을 회복한 홍씨는 시골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꿈이 생겼다고 했다. 홍씨는 “5년 내로 쪽방촌을 떠나는 걸 목표로 매년 200만~300만 원씩 꾸준히 저축하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날들을 후회 없이 보내는 게 지난 세월에 대한 반성이다”라고 했다.

조혁진기자 jhj1710@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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