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안 만나고 가족끼리만
아쉬워도 코로나 시국 이해”
“친구와 함께 맘 편한 연휴”
“자녀·손주들 못 보니 서운
설엔 코로나 끝내고 봤으면”
매년 일가친척과 함께 명절을 지냈던 신모(여·58·경북 경주시)씨는 올해 처음으로 가족끼리 추석을 쇘다.
큰집을 비롯해 친척 대부분이 한 동네에 모여 사는 신씨는 “다들 가까이 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안 모이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번엔 아들도 고향에 못 내려왔는데, 아쉽지만 상황이 안 좋으니 이해한다”고 지난 2일 말했다.
벌초 등의 가족 행사도 최소화했다. 신씨는 “벌초는 연휴 전에 미리 가서 끝내놓았다”며 “타지에서 친척들이 벌초도 할 겸 만나자고 했지만 오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가족 대신 친구들과 명절을 보낸 이들도 있다.
김모(25·경북 경산시)씨는 고향인 경북 포항시에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자 귀성을 포기하고 인근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자취방에서 추석을 맞았다.
작은 플라스틱 식탁에 각자 마련해온 전, 치킨, 과일로 조촐한 차례상을 차리는 등 나름의 구색도 맞췄다.
김씨는 “최근 포항지역에 확진자가 많이 나와 가족과 의논 끝에 내려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주변에 자취방에서 잔류하는 친구들이 있길래 함께 명절을 보냈다”고 했다.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명절은 처음이었다는 김씨는 “친척들 잔소리나 정치 얘기 들을 일 없이 맘 편히 쉴 수 있었다”며 “다음 명절도 이렇게 보내고 싶다”고 웃음 지었다.
박모(24)씨는 가까이 사는 친척들과 간소하게나마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박씨는 “할머니가 대구에 사셔서 모일 수 있었다”면서 “몇몇 멀리 사는 사촌들은 못 왔지만 오랜만에 친척들 얼굴을 보니 꽤 즐거웠다. 안 모였으면 서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녀들이 찾아오지 않은 어르신들은 코로나19 시국이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내심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자녀들을 모두 서울에 독립시키고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는 황모(여·73)씨는 “아이들에게는 먼저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면서도 “추석이라는 생각 없이 평소처럼 보내려 했는데 그래도 명절이다 보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서 다음 설에는 손주들도 보고 명절다운 명절을 쇠고 싶다”고 한숨 지었다.
조혁진기자 jhj1710@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