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
  • 승인 2020.11.1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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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갓바위를 약사여래불이라고도 한다. 병을 치료해 준다고 한다. 소원 한 가지는 꼭 들어준다고 한다. 산 꼭대기까지 1,365계단을 올라 정상에 이르면 큰 바위를 깍아 만든 부처가 있고 머리 위에 갓을 쓰고 있다.

가을 단풍 구경 겸 마음의 걱정을 달래려 갓바위로 가기로 했다. 집에서 가는 교통부터 알아보았다. 늘 남편의 차에 동승했고, 이번에는 혼자 가는 초행 길이다. 버스를 타면 1시간이 넘게 걸려, 운전연습 겸 차로 가기로 했다. 동화사 지나서 올라가면 갓바위로 가는 계단이 있었던 것 같다. 동화사 주차장을 목적지로 정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갔다 오는 시간을 계산해서 아침 10시전에 출발했다. 간단히 점심 도시락도 챙겼다. 배고픔을 못 참는다. 물도 챙겼다. 산을 오르다 보면 목이 마를 것이다.

초행길이라 조심조심 운전했다. 네비가 해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길의 방향과 가까운 차들의 움직임을 눈이 뚫어지게 쳐다보니 아래턱이 아팠다. 긴장한 탓에 입을 꼭 깨물었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가라, 왼쪽으로 가라는 지시대로 가다보니, 예전부터 남편과 함께 갔던 길이 기억나서 서서히 긴장이 풀렸다. 차선 변경만 잘 해서 가면 될 것 같았다. 네비가 가리키는 길은 한적했다. 경치도 좋았다. 혼자만의 여유로운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가로수가 가을을 알리느라 서서히 노란색, 빨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너무 예쁜 빨간 단풍나무 아래에서 차를 세웠다. 눈으로만 담아두면 금방 잊을 것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꽃 한 송이처럼 예뻤다.

동화사 주차장까지 다 왔는데 예전에 왔던 주차장이 아니었다. 다른 주차장인가 하여 다시 네비를 찍고 가다가 이상한 길로 가는 것 같아서 커피숍에 주차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온 사람들이 북적댔다. 햇살아래 벤치에 혼자 앉아 마시는 커피도 맛이 있었다. 다시 네비를 찍고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주차관리를 하는 분에게 물으니 갓바위주차장은 따로 있다고 했다. 단순하게 생각했으면 될 일을 처음 가는 길이다 보니 몰랐다. 지쳐서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오늘 포기하면 다시 오기는 힘들 것 같아서 되돌아 나가 갓바위주차장으로 향했다. 그 길도 가다보니 아는 길이었고, 남편이 왼쪽으로 가면 동화사고, 쭉 가야 갓바위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드디어 갓바위주차장에 도착했다.

계단 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가지 소원을 담아 입으로 되뇌었다. 낙숫물 한 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기도하는 마음이 소원을 이루어낸다고 한다. 그 일을 하는 당사자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일이지, 엄마가 계단을 오르며 기도한다고 이루어질 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딱히 더는 힘을 보태줄 방법을 모르겠고, 누구 말처럼 자신의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옛말처럼,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계단을 오르기로 했다. 걷기나 운동을 안 한지 꽤 되어 오르는 길은 쉽지가 않았다. 10분 올라가다 쉬고를 반복했다. 급할 것은 없었다. 눈으로 나무를 보고, 피부로 바람과 햇빛을 느끼며 마음으로 오직 한 가지만을 기도했다. 멀기만 할 것 같던 계단도 끝이 났고, 갓바위 부처의 모습이 보였다. 탁트인 전망을 보고 숨을 들이쉬고, 초에 불을 붙였다. 적어 놓은 소원이 이루어지리라.

절을 하며 얼굴을 바라보니, 인자한 듯도 하고 엄한 듯도 한 얼굴이었다. 화난 듯한 모습도 보인다. 잘못한 일을 먼저 참회해야 할 듯하다. 머리를 바닥에 대고 기도를 하는 순간마다 아이에게 잘못한 일이 떠오른다. 천진난만했던 아이의 웃는 얼굴도 떠오른다. 긴 세월 동안 부모노릇 잘못한 일도 떠오른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뜨겁다. 한 방울 한 방울이 줄기를 이루어 흘러 내린다. 미움과 참회의 마음이 눈물로 나와 사라지길 바란다. 오직 한 가지 간절한 소원을 되뇌인다. 의식을 행하는 스님의 말씀과 ‘약사여래불’소리에 기도가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고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더 간절히 바란다.

3번째 갔다 오는 길에 ‘약사여래불’에게 기도하면 질병이 치유되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1,365계단을 오르니 몸이 건강해지고, 참회하고 희망을 품으니 마음이 평안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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