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역사
나의 역사
  • 승인 2020.12.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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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바위 아래 깔린 돌 하나를 주워

그의 역사를 묻는다.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논쟁을 견디고 뛰어넘어 돌이 되었는지

존재가 되기도 전에 완고하게 굳어버려

강가로 가지도 못하고 바위 아래 구르는 돌

모든 것은 꿈이며 망상이었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완고 돌이 되진 않았으리라

진리는 강요되지 않고

스스로 깨닫든 말든

억세게 쥐고 있는 손아귀를 풀고

관절의 힘이 모두 빠져나가면 그때

거리로 나가 모퉁이 돌이 되어라
◇유혜경= 1958년 서울生. 강원도 원주에서 詩作활동중. 서울동덕여고 졸업. 원예학, 국어국문학, 힌디어 힌디문학사 공부. 저서: 자전적 에세이 <그림자이야기>,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노마드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 등.

<해설> 바위 아래 깔린 돌 하나. 그를 주어 들고 왜? 라는 의문점을 찍는 것은 시인이기 때문이다.

돌의 역사를 통해 나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인의 예리한 눈이 아니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바위 아래. 하나의 돌이 완고한 자신만의 틀을 깨야만 강가로 나갈 수 있듯, 나를 버리고 대중 속의 하나로 나아갈 때 자유로울 수 있음을 깨우친 작은 사건이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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