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아래 깔린 돌 하나를 주워
그의 역사를 묻는다.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논쟁을 견디고 뛰어넘어 돌이 되었는지
존재가 되기도 전에 완고하게 굳어버려
강가로 가지도 못하고 바위 아래 구르는 돌
모든 것은 꿈이며 망상이었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완고 돌이 되진 않았으리라
진리는 강요되지 않고
스스로 깨닫든 말든
억세게 쥐고 있는 손아귀를 풀고
관절의 힘이 모두 빠져나가면 그때
거리로 나가 모퉁이 돌이 되어라
◇유혜경= 1958년 서울生. 강원도 원주에서 詩作활동중. 서울동덕여고 졸업. 원예학, 국어국문학, 힌디어 힌디문학사 공부. 저서: 자전적 에세이 <그림자이야기>,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노마드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 등.
<해설> 바위 아래 깔린 돌 하나. 그를 주어 들고 왜? 라는 의문점을 찍는 것은 시인이기 때문이다.
돌의 역사를 통해 나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인의 예리한 눈이 아니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바위 아래. 하나의 돌이 완고한 자신만의 틀을 깨야만 강가로 나갈 수 있듯, 나를 버리고 대중 속의 하나로 나아갈 때 자유로울 수 있음을 깨우친 작은 사건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