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간다, 꽃들이 간다
남영역 앞 횡단보도 가득 메우며 간다
누군가에게 더없이 소중한 꽃들인데
겉으로는 활짝 핀 꽃들인데
저마다의 가슴에 맺힌 상처들
보듬어 안고 모른 척 걸어간다
상처가 나으면
꽃들은 더 붉어지리니
그게 사람 살아가는 것이려니
나도 모른 척하며
환한 비눗방울을
구월 하늘에 날린다
◇신평= 1956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판사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공익로펌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헌법학회 회장, 한국교육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철우언론법상을 수상(2013)했고, 저서로는 ‘산방에서(책 만드는 집 12년刊)’, ‘일본 땅 일본 바람’,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등이 있다.
<해설> 출근길 지하철역 신호등 앞은 수많은 출근 인파로 붐빈다. 지난날 무슨 일이 있었으며 간밤엔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밤 어둠과 함께 다 묻어버리고 오직 오늘을 위해서 길을 나선다. 그게 나를 찾는 일이고 내 삶을 찾는 일이라서이다. 가시나무의 꽃은 그래서 붉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