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흔들기 대장이고
폭군이어라
하늘의 모든 것
땅의 모든 것
안방 구석구석까지
흔들다 못해
마지막 한 개 남은
내 어금니마저도
뽑아놓고선
쓰다 달다
말 한마디 없이
번개 불처럼 사라졌어라
세월은
세월은
흔들기 대장이고
폭군이어라
◇김병래= 1946년 충남 서산生. 전 KBS 부산방송 아나운서부장, 문예시대 수필시대 시와 수필 등단,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 시인협회 회원. 알바트로스 시낭송회 자문위원, 가산문학 우수작품상 수상, 국제다문화 시 공모전 입상, 문예시대 작가상, 경성대학교 사회교육원 스피치 지도교수. 저서: 내가 사랑하는 세 여인(시집) 외 다수 아나운서와 술(수필집).
<해설> 세월 앞에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게 세상에 있기나 할까? 우연히 백발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거울 속에 비칠 때 우리네는 황혼을 떠올리며 서글퍼 하게 된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몸을 떠나가는 마지막 남은 한 개의 어금니마저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세월은 흔들기 대장이고 폭군’이라 담담히 말한다. 슬프다는 말은 없다. 삶이라는 게 본디 그런 것이니까.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