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지방자치와 정치인
<대구논단>지방자치와 정치인
  • 승인 2010.06.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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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6·2지방선거에서 의외의 승리를 거둔 민주당이 들떠 있다. 교과서적으로 볼 때 지방자치제는 주민에 의해 지역의 대표가 선출되므로 임기동안 중앙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 환경은 지방정치에 의해 중앙정치가 변화해야 한다는 역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전, 충남, 충북, 경남, 강원지역 야권 성향 도지사 당선자들이 최대한 권력을 활용하여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저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기초단체장 당선자 66명 중 70%인 46명이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의 생각이 아주 다름을 엿볼 수 있다. 지방자치제가 중앙이나 상급기관의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끼친다면 자치라는 명분은 없어지고 지방자치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에서 자당 당선자를 많이 냈다고 해서 지방정치를 중앙정치권으로 흡인하려는 것은 지방자치제를 말살하는 것이고 중앙정치인의 정치적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반 MB 정서와 정권심판이라고 몰고 가지만 근본 원인은 정치인들에게 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마련하는데 공을 들이다보니 지역민이 원하는 인사를 배제하고 자기 사람을 공천한 것이 결정적인 실패 원인이다.

그 반사이익으로 민주당은 덕을 본 것이다. 최근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보인 일련의 정치적 행태는 우리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그는 지난해 7월 미디어관련법 통과에 반발해 `언론 악법이 철회되기 전까진 돌아오지 않겠다.’ 며 의원직을 사퇴했지만 원외에서 대표직을 누리면서 세비도 받으면서 지내오다 최근 다시 원대복귀 했다. 그런 그가 중앙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정부가 북이 했다니까 북이 했다고 치자…’

`대통령과 정권은 국가안위를 책임지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데 천안함을 두 동강내고 46명 장병들을 수장시키고도 책임을 다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한 적이 없다. 그 일을 누가 했느냐는 그다음 문제다.’ 라고 말했다. 천안함 조사에 참여했던 외국도 조사결과를 지지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지 이해가 안 된다.

정대표의 말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8세 소녀를 납치하여 성폭행한 범인을 먼저 잡는 것보다 그런 일을 막지 못한 부모나 학교, 경찰, 사회 등에 책임을 물어라 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천안함에 대한 야당 대표의 생각이 사리 판단에 어두운 청소년들에게 악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크게 걱정된다. 정치인은 없고 정상배만 들끓으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민주주의체제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지방선거에서 패했다고 주눅 들 필요도 없고 정치· 행정 체제를 정비하여 국민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지방선거의 결과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중앙정부의 기능과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은 완전 별개다. 정치인들도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대통령, 여당, 중앙정부가 잘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야당에 많은 표를 줬다고 하면서 지방정치와 중앙정치를 연계시키려는 야당의 정치행태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들의 정서적인 측면에 호소하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방선거는 어디까지나 그 지방에 국한된 문제이다. 재언하지만 지방자치단체를 중앙정치와 억지로 연관시키려는 것은 지방자치의 발전에 악 영향만 줄 뿐이다. 지방정치를 이용해서 중앙정치의 실익을 찾겠다는 발상은 한 물간 발상이다. 야당이 지방선거의 결과를 4대강 문제, 세종시 문제로까지 확대하려는데 대해 정부· 여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강조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 정책의 잘못을 시정하는 수단은 국회가 가지고 있다. 법 절차에 따라 그 시시비비를 찾는 객관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야당의 올바른 정치모습이다. 외곽에서 분위기를 흐리고 일부 시민단체의 힘을 이용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이전 원안 외에 알파는 없다는 정부 여당의 태도도 못 마땅하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갖고 노는 행태 정말 보기 싫다. 야누스 얼굴의 정치인 정말 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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