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굽이진 길을
대나무 숲이 호위하고
하늘 감 추인 숲 사이로
계곡 물소리만 들리는 곳에
돌계단 밟아 오른 나는
세상을 잊었나 보다
속세에 찌든 몸이
땀만큼 흘린 눈물 탓으로
십 리 반 토막 길에
세상사를 떨구고
부질없이 섞어 지낸 날을
훌훌 날려 보내나 보다
화엄사 다다른 곳에
하늘빛 가득 채운 구름 사이
세상일 비우라는 듯이
문수보살의 눈빛 가득하더니
내려서 돌아오는 길
가슴 들먹인 번뇌 사라지고 없다
◇강혜지= 서울産.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학과, 월간광장 시부문 신인상,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 다선문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미술인협회 회원. 2017년 대한민국 문예대제전 문화예술부문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수상(18), 불교TV 이사장상 수상(18).
<해설> 마음속 갈등과 번뇌가 가득할 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사를 즐겨 찾는다. 그곳에서 성인의 말씀을 새기고 있노라면 어지러운 마음의 불이 가라앉기 때문일 것이다. 나약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수많은 갈등과 번뇌를 극복해가는 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화자의 가슴에 번뇌도 말끔히 씻겨나갔기를 바란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