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생각해 본다
가족을 생각해 본다
  • 승인 2021.05.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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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어느날 선물처럼 그렇게 내게 왔습니다. 언제나 웃음만 주고 싶었던 아이, 마음에도 없는 말로 나를 무척 아프게 하는 아이, 바로 제 딸 아이입니다."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저를 선택해준 남자가 있습니다. 죽일만큼 미웠던 사람. 내게 한번도 웃는 얼굴로 맞아주지 않았던 사람. 그 뒷모습만 봐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사람. 바로 제 아버지입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의 주인공은 아버지 역을 맡은 주현과 딸 역을 맡은 수애이다.

2004년에 이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가족>은 늦둥이 아들 정환, 시한부 삶을 사는 아버지, 그리고 전과자 딸로 구성된 가족의 애달픈 이야기를 담았다. 딸은 아버지의 술주정과 죽은 엄마에게 가해진 폭력으로 인해 아버지를 혐오하지만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동생 정환을 생각하면 항상 설레이는 마음을 갖는다. 아버지는 딸의 탈선과 반항을 혐오하면서 마음에도 없는 말로 딸에게 상처를 준다. 두 사람은 평생 동안?반목하면서도 가슴속에는?서로에게?말하지?못한 응어리진 아픔을 안고 산다. 그러나 어려울 때 서로를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한 울타리에서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그들 밖에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아무리 서로를 미워해도 가족의 가슴과 뼈 속에는 거대한 사랑이 스며져 있다.

이처럼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표현을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핏줄의 힘'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비극이나 낭만적인 애정이야기 속에서 아름답고 흥미로운 장면들을 접하게 되는 이유는 소위 핏줄의 힘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핏줄의 힘은 같은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부모와 지식, 형제와 자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다. 신비스러운 애정을 갖고 있는 이것은 사촌 간이나 아니면 삼촌과 숙모 그리고 조카 사이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스미스는 "당신의 자녀들이 부모에 대하여 성실하며, 형제·자매에게 친절하고 깊은 애정을 갖도록 교육받기를 원한다면 당신의 집안에서 교육시켜라."고 하면서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정교육의 또 다른 형태를 밥상머리 교육이라 한다.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끼리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의 인격을 형성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밥상머리 교육으로 잘 알려진 예는 미국 케네디 가문의 교육법이다. 케네디 전대통령의 어머니 로즈 여사는 자녀들에게 식사시간 지키는 것을 밥상머리 교육의 첫 번째 덕목으로 삼았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그날 신문의 주요 사설을 주제로 토론도 하고, 아버지 조셉 케네디가 출장을 다녀오면 만났던 유명 인사들이나 사업에 관해서도 스스럼없이 얘기를 들려주면서 넓은 세상과 미국을 이끌어가는 주류 사회의 리더십에 관한 식견을 키울 수 있었다

이처럼 가정 또는 가족은 누군가에게는 울타리가 되어 주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차별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음 상속의 차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속에는 부와 같은 경제적인 상속일 수도 있지만 좋은 유전인자일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한 세대의 경제적 지위가 유산상속을 통해 다음 세대로 세습되는 것이며, 이것은 상속세 등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능력이나 선택의 차이에서 오는 경제적 격차는 없앨 수 없을 수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개인이 갖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은 꼭 선천적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교육이라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개인의 능력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 내의 환경이라는 사실이다. 가정 내의 환경은 개인적 능력 이외의 다른 신체적, 정신적 특성에 영향을 주는 후천적인 요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전에 의한 것이든 가정 환경에 의한 것이든 간에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개인적 특성의 차이가 생겨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가정의 달 5월, 가족이란 무엇일까? 경제적인 문제와 개인의 행복 추구로 인해 그동안 정형화된 가족이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가장의 경제적 파탄과 여성의 경제적 활동은 가부장이 중심을 이뤘던 그 자리를 어머니로 대체된다. 또한 이혼과 재혼은 성이 다른 가족을 출현하게 한다. 아버지와 성이 다르지만 가족을 이루고 있는 지금의 가족이 재구조화되면서 또 다른 형태의 기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이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든 기족은 사회에서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렵고 힘들 때 영화 포스터에 있는 문구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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