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서 사는 외로움이 살 속에 스며
푸른 비늘이 돋는다
마음이여, 들어라 나의 마음이여.
사라지는 것은 사라져 돌아오지 않더라도
사라지던 마음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만리(萬里)에 비늘을 번득이며
바람이 흐르는 이곳
오늘도 나는 만난다.
푸른 포물선을 그으며 허공을 지나가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무슨 아픔 같은 건 아니다. 결국은
이 고장 사람들이 떠나는 사람을 지켜보며
이 고장 사람이 되어가듯
춥도록 그리운 목소리만이
나를 지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
지금 누군가의 마음 끝에서
나의 목소리도
푸른 비늘을 쏟으며 허공을 지나고 있다.
▷대전광역시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과 졸업. 1973년『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겨울 삼중주」(1973) 등이 있다.
윤상운의 시적 경향은 `인간의 슬픔과 그리움이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삶의 평범성에 이르기 위한 산문시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윤상운의 `덕산에서’는 화자가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인식을 시적 이미지로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시적인 사물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이를테면 `춥도록 그리운 목소리’ 같은 존재를 애절한 시각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테크닉이 이채롭다. `사라지는 것은 사라져 돌아오지 않더라도 / 사라지던 마음만은 사라지지 않는’ 존재의 재해석 말이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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