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가서 외식하자는 딸에게
짜장면이나 짬뽕이 먹고 싶다는 노모의 입맛은
떠나온 고향 오일장 그 어느 난전에 머물러 있다
착한 가격 동네 반점의
홍합짬뽕과 짜장면 앞에서
짜장면 그릇을 먼저 집는 노모의 외출은 단출하다
짜장면이 짬뽕을 이기고,
따신 보리차가 생수를 이기던 동네 반점
살아오면서 거의 이겨본 적 없던 노모는
이긴 짜장 면발 앞에서도 조심스럽다
덩달아 단무지까지 노랗게 얌전해진다
옷에 묻히지 않으려는 짜장면처럼 조심스러운 노화는
짙어진 검버섯과 작아진 몸집으로
빈 짜장면 그릇 건너편에서 아이처럼 웃는다
요안나 요양원에 다시 모셔놓고 돌아서는 저녁
노모를 이겨 먹은 딸의 명치끝이 검게 막히고
오늘도 지고 있는 노모는 고요하고 어리기만 하다
◇모현숙= 2014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대구시인협회 회원, 조선문학문인회 회원, 詩공간 동인, 시집 <바람자루엔 바람이 없다>
<해설> 노모의 살아온 날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서정시의 아름다움이 이런 것임을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누구나 한번 겪고 갈 삶이기에 독자는 자기 일처럼 감동한다. 이게 서정시의 묘미다. 아름다운 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