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노동 : 사소한 권리도 존중받는 성평등 시대
꾸밈노동 : 사소한 권리도 존중받는 성평등 시대
  • 승인 2021.07.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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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꾸밈 노동'이란 일하는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메이크업, 패션 따위의 용모를 관리하는 데 쓰이는 노동을 의미한다. 바야흐로 성 평등시대 및 과거 권리라고 인식하지 못하던 것 들 조차 근로자의 권리라고 인정받은 시대에서 앞으로 위 문제로 앞으로 많은 다툼이 예상된다.

샤넬코리아 백화점 매장 직원 335명이 회사를 상대로 업무개시 시간인 9:30분 전에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몸단장을 마쳐야하고 통상 그 시간이 약 30분 정도 걸리므로 '몸단장 시간은 업무시간에 포함되고, 업무 개시 전에 몸단장을 하는 이른바 '꾸밈 노동'에 드는 시간에 대해 초과근무 수당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재판에서 회사 측이 '9:30까지 몸단장을 마치라고 지시한 바가 없고, 9:30부터 1시간 동안 메이크업과 개점 준비를 하면 된다'고 주장하였고 법원은 회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어 원고들이 패소하였다.

위 사건에서 주목할 것 근로자가 패소하였다는 점이 아니고 재판부가 '꾸밈 노동도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재판을 진행한 점이다. 따라서 회사에서 근로자들에게 '업무개시 전에 몸단장을 마쳐야 한다'라고 요구하였다면 근로자 측이 승소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위 재판에서는 명품코너 및 백화점 영업의 특성상 매장 직원들이 몸단장 자체가 인격권 침해임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몸단장 및 얼굴 메이크업은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동종의 근로를 하면서 남성 근로자에게는 복장 및 메이크업의 기준을 두지 않으면서도 여성 근로자에게는 '치마를 입어라, 얼굴에 최소한의 메이크업을 하라, 입술 루즈를 어떤 색상으로 하여라'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에 해당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에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를 '차별'이라고 하고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한다. 오로지 여성에 대한 몸단장 등의 요구는 '여성은 여성다워야 한다, 여성은 깔끔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성차별적 시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므로 명백한 '차별'에 해당하고, 이를 문제 삼아 '여자가 어떻게 화장도 하지 않고 근무하느냐'라고 말한다면 경우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 할 수 있다.

세상은 바뀌었다. 과거 권리라고 여겨지지 않았던 것들 내지 양해될 수 있는 사소한 권리침해가 이제는 권리 내지 '갑질'로 인정되는 세상이다. 이를 보고 너무하라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도 잘못된 것이다. 생각해보자. 조선시대 백성이 향리, 수령들에 대하여 '친절의무, 성실의무'를 기대할 수 있었는가? 지금부터 50~70년 전에 국민들이 공무원들에게 감히 '친절의무'를 요구할 수 있었나? 2021년 현재 공무원이 친절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징계'대상이 되고, 여러분들은 그러한 권리를 최대한 누리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나도 다른 사람의 사소하지만 소중한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사장님이 직원에게 '아침 근무시간은 9시이니 8:40에 미리 출근하여 9시부터 바로 손님을 맞이할 수 있도록 간단한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면 당연히 임금을 지급하여야 할 근무 시간은 8:40부터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참고로 샤넬코리아 매장 직원들이 근무를 마치고 메이크업을 지우는 시간도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위 사건의 판결문을 보지 못하였지만 매장 직원의 교대시간이 정해져 있고, 교대시간 전에 메이크업 지우는 시간이 따로 제공되지 않았고 매장을 비울 수도 없도록 운영되었다면 '근무시간 중에 메이크업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회사의 지시가 없었다고 하여도 결론적으로 구조상 교대 시간 이후에만 메이크업을 지울 수밖에 없었으므로 메이크업 지우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주장하였다면 승소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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