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7·28 재·보선과 민심
<대구논단> 7·28 재·보선과 민심
  • 승인 2010.08.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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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7·28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를 보고 정말 잘 됐다, 고소하다는 말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정치와는 무관한 이 친구에게 왜 그런 말을 하는가 물었더니 `그저 그렇다’는 대답이다.

보통 `그저 그렇다’는 말에는 많은 함축성이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6·2 지방선거에서 의외의 승리를 거두고 국민에게 감사드린다, 겸손하겠다고 하면서 묘한 표정 관리를 해 오던 민주당 지도층 사람들의 이중성 정치행태가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던 것처럼 친구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한 원인이 공천이 잘못된 때문이란 뒷말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네들의 몫일뿐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모습과는 별개의 문제다.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원인은 대략 이런 이유일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취임하자마자 인사권을 남발, 임기가 남아있는 지방공기업 인사들에게 사표를 종용하는 등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정치양태를 보인 점, 전임단체장들이 계획한 지방 역점사업을 중단, 자기 공약사업으로 대체하려는 작위적 의도,

정당 소속은 아니더라도 이념적으로 같은 색깔인 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이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원평가를 반대한 점, 학생체벌금지,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 징계 반대 등 학부모들의 생각과 영 다른 교육정책 등이 국민들을 반 민주당 정서로 돌아서게 한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정치모습은 여당 및 정부 정책에 대한 무조건 반대, 같은 노선의 시민단체와 노조집단 등 반 체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다.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중앙정치권으로 끌어들여 지방자치와 중앙정치를 뒤범벅 시킨 것도 국민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방자치는 지방의 특색을 살려 지역민이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인데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끼어들어 국책사업에 혼란을 초래케 한다면 국가발전, 지방자치발전은 영영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민심은 국민들의 생각과 느낌, 그것이 행동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통합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치권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두고 민심의 무서움을 말하고 있다. 지방선거의 승리 여파로 민주당이 재·보선에서도 응당 승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반적 사고라면 선거 민심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번에 입증되었다. 정치적 민심은 변화무쌍한 흐름이다. 민심을 떠난 독주 여당에 지방선거의 참패를 안겨준 민심이 이번에는 자만에 빠진 민주당에 다시 등을 돌렸다. 민심은 누가 시켜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만한 정치를 용서하지 않는 국민들의 이심전심이 기막히게 만들어 내는 문화인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누구에게나 손 내밀고 절하면서 표를 구걸하던 정당과 정치인들이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외면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주소란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공천 때문에 실패했다, 젊은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아서, 투표율이 높아서 불리했다 등등 이런 소리는 요즘 선거에서는 먹혀들지 않는 자기안위일 뿐이다. 정당과 정치인의 참 자세가 어떤지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되어야만 국민들을 제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잣대로 본다면 재·보선에 승리한 여당 역시 조신해야 한다.

국민들 어느 누구도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여당도 야당도 주류다 비주류다 하면서 권력쟁투에 몰두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신임할 만한 정당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정치인들은 말로는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고 떠들지만 그 속내는 일개 직업인으로서 자기 기반 쌓기, 권력향유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 우리들 눈에 훤히 보인다. 선거결과로 정당과 정치인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선거는 하나의 요식절차일 뿐이다. 국민들을 중간에 놓고 정치인이라 할 수 없는 정상배들이 정치놀음을 하는 것을 방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한심할 뿐이다.

이제 299명의 국회의원 의석을 대 채웠으니 눈 바로 뜨고 국민들의 대변자로서 제 임무에 투철해 주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면 정치인이란 칭호대신 정상배로 불릴 수밖에 없다. 민심을 탓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정당,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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