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후위기 교육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후위기 교육
  • 승인 2021.09.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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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청소년이 활동하는 기후운동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이하 청기행)'은 지난 8월, 대선캠프에 전하는 기후정치의 공약을 발표하였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최소 70%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탈석탄을 추진하는 것,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50% 수준으로 목표를 상향하는 것, 기후정의에 입각하여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받거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취약 대상에 대한 고려를 포함하는 전환 정책의 실시 등이 그 골자다. 학생들의 기후대선공약은 관련 레퍼런스들의 신뢰도가 꽤 높았고, 각 공약들의 근거도 명확한 자료를 들어 제시하고 있었다. 여느 정치가들의 정책제안서만큼 설득력도 있었다. 이미 이 아이들은 기후변화 방치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청구한 바 있다.

한편 청기행은 한 인터뷰에서 교육당국과 대화를 시도하였음에도 그저 '당차고 장한 학생들'이라는 칭찬 외에는 이렇다 할 정책적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음에 대한 서운함을 밝히기도 하였다. 솔직히 교육청이나 교육부를 비롯한 소위 어른들이 어떻게 이 학생들에게 대응하였을지는 조금은 상상이 가는 부분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처음 그렇게 대우받았듯, 그저 아이들만의 환경운동 정도로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기후교육정책과 학생들의 기후행동을 별개로 보는 어른들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청기행의 이러한 활동 외에도 최근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기후행동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후 심각성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기도 한다. 9월 25일 전 세계 기후행동의 날을 맞아 대구 학생들은 골판지 피켓을 들고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후파업에 나서기도 하였단다. 우리교육청에서는 이 아이들을 그저 대견한 아이로 여기고 말았을까? 그 대처가 어떠했을지 문득 궁금한 부분이다.

기후위기교육은 더욱 새로워져야 한다. 환경 전문가를 통하여 학생들에게 환경 관련 교육을 시키고,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각종 대회나 공모전을 개최하여 학생들에게 보내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교육이 이제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학생들의 앎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환경인식은 이전과 같지 않다. 환경위기의 당사자가 될 청소년들의 환경 감수성과 지식은 꽤 높은 수준이고, 이제 자발적인 실천이 중요하다. 기후위기교육은 학생들의 실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사실 기후위기교육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고민은 꼭 환경교사 등 전문가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교사를 비롯하여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기후위기교육의 정책 마련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의 의견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상향식 정책 수립에 중요할 수 있다. 사실 학생들은 '피교육자'라는 이유로 정책수립에 전혀 그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책에 대한 의식 전환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탐구전시회'는 IB월드스쿨인 우리학교에서 일 년에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행사의 주인공인 6학년 학생들은 삼삼오오 팀을 이루고, 저마다의 주제로 수개월 간의 탐구를 거친 끝에 그 결과물을 발표한다. 학생들의 탐구를 위하여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나 본교 교사들이 멘토로 활동하며 각 탐구를 지원한다. 내가 멘토로 활동하는 학생들이 가지고 온 주제는 '기후 변화가 농산물의 생산에 주는 영향'에 대한 탐구다. 어린 학생들도 기후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기후 변화가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 성장의 저하 및 지연 등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탐구하고 이것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을 알아보고 있다. 최종적으로 기후변화와 인간의 삶과의 관계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고, 이와 관련한 일련의 기후행동제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간이 실험을 설계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문가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탐구가 녹록치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끝에 이 학생들의 기후환경에 대한 실천력은 더욱 높아지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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