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 승인 2021.12.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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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
조지 밀러 감독의 '로렌조 오일(1992)'은 ALD(부신 대뇌백질 위축증)이라는 난치병으로 죽음으로 치닫는 아들 로렌조를 살리기 위한 오돈 부부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오돈 부부는 절망 끝에 스스로 로렌조의 병을 알기로 한다. ALD에 관련된 모든 서적을 탐독하며 치료법을 모색하던 중 병의 진전을 멈추게 하는 '로렌조 오일'을 만들어 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생화학, 의학, 유전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전 세계 전문가들을 모아서 협업한 '제1회 국제 ALD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이다.
오돈 부부는 뇌 신경세포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과학자들끼리는 경쟁심이 강해요. 공동 연구는 좋은 생각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요." 과학자들을 모아서 연구를 진행하게 한다면 짧은 시간 내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며 연구기금을 모으겠다는 제안에 돌아온 과학자의 답변은 냉소적이었다. 로렌조의 아버지는 다시 묻는다. "맨해튼 프로젝트 기억하죠? 겨우 28개월이 걸렸어요."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여러 국가와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참여했는데, 많은 사람을 살리는 일에 왜 함께 참여할 수 없다는 말인가? 소리 없는 절규가 스크린을 뚫고 가슴을 쳤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마치 난치병과 같은 사회적 난제(難題)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전 세계적 위기에서부터 우리나라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고용절벽, 사회적 고립,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인구유출과 지방소멸까지 기업, 대학, 연구소, 언론, 시민사회, 지자체 어느 한 주체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없다. 지금 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많은 조직이, 많은 지역이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 협업을 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관리자는 훌륭한 숫자를 만들어 내지만, 좋은 리더는 훌륭한 문화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 조직문화는 일하는 방식 속에 항상 영향을 미치는 방향이자 살아있는 규칙이다. 협업을 어떻게 조직문화로 정착시킬 것인가? 교육이나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의 자발성만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리더가 사람을 바꿀 수도 없다.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고, 소통과 협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득'의 흐름을 설계하여 조직문화에 정착시켜야 한다.
우리 지역의 도전적 과제와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난제들을 프로젝트로 도출하자.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인재를 모으자. 안으로는 협업을 조직문화로 정착시키고, 밖으로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지역문화를 만들자. 개방형 협업을 위한 소통수단과 시스템을 만들고,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업프로젝트에 과감하게 투자하자.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승리를 위해 어시스트(assist)를 카운팅(counting)하자. 위기 앞에서, 대전환의 시대에 지금 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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