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계층을 이동하는 두 가지 마법
[기고]계층을 이동하는 두 가지 마법
  • 승인 2022.01.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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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_기고
권혁철 대구 신당종합 사회복지관장
‘계층 이동의 사다리’에서 루비 페인은 말한다. 빈곤 가정 청소년이 계층을 이동하는 방법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거나 ‘좋은 후원자’를 만나는 것이라고. 삶에서 계층을 이동하기란 쉽지 않다. ‘영끌’을 해도 내 집 마련하기가 힘겨운 게 요즘 시대다. 하물며 가진 것도 희망도 품을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계층 이동은 꿈속에서나 상상할 법 한 일이다.

자녀를 양육하는데는 비용이 얼마나 들까? 한 조사에 따르면 출생에서 대학 졸업까지 자녀 1인당 양육비가 3억3천198만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언감생심, 웬만한 가정에선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다.

게다가 더 서글픈 주장이 있다. 루비 페인은 “학력차가 성인이 되었을 때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라고 단언한다. 교육 받을 기회를 놓치면 빈곤이 대물림된다는 무서운 논리다.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좋은 후원자를 만나야 한다. 사회의 한 일원으로 성장할 일정기간 동안 지속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꾸준한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후원이 연결되면 중산층으로 이동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연수는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올해 의과대학에 합격했다. 의사가 되어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다짐을 한지 6년 만에 이룬 쾌거다.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지적장애를 가진 오빠를 부양한 터라 더 값지다. 공부하는 동안 연수는 갈대만큼 휘청거렸다. 목표에 대한 부담감, 학비, 생활비, 학원비에 대한 공포가 수시로 몰려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비를 맞을 때마다 투정과 울분이 더해 고통은 극에 달했다. 배우고 싶은 열정과 실력이 있어도 학교 수업만으로 성적을 올리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에서 ‘절대 포기하지 마라’를 되뇌일 때 사회복지사가 후원자를 연결시켜 주었다.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준 후원자는 인생의 북극성이 되었다.

기부금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웬만한 상황에선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면보다 더 강하다. ‘내가 낸 후원금이 제대로 사용될까’라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먼 과거에는 후원금을 유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도적인 허점을 이용하거나, 네 돈 내 돈에 대한 가치가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에 생긴 병폐였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직원들을 비롯해서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특히 젊은 직원들은 공정과 정의에 상당히 민감하다. 만일 사회복지사가 10만 원이라도 후원금을 유용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먼저, 직장에서 해고된다. 직장을 잃으면 본인이 수급자로 전락한다. 둘째 해당 기관은 감사를 비롯해서 온갖 행정지도 점검을 받아야 한다. 또한 시·군에서 위탁하는 모든 분야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며 후원금에 손댈 만큼 간 큰 행동을 하는 사회복지사는 없다. 후원금 관리는 시민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투명하게 시스템화 되어 있다.

살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면 성공한 인생이다. 그 영향은 한 사람을 넘어 가족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훌륭한 삶이고 박수받을 만 하다. 사회복지사는 누군가의 인생에 긍정의 영향을 주는 존재다. 어려운 사람들의 삶이 사회복지사를 만나기 전과 만난 이후로 확연히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올해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연수가 6년 간 대학등록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후원자와 연결시켜 준 사람은 18년 차 사회복지사이다. 몇 가지 스토리텔링으로 사회복지사 내면의 가치가 표현되면서 기부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같은 일이 생겼다. 사회복지사는 빈곤 계층이 기댈 마지막 보루이자 버팀목이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계층 이동의 기회가 생긴다. 사회복지사는 계층의 사다리를 이어주는 마법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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