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의 담대한 생존 기록,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의 담대한 생존 기록,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 석지윤
  • 승인 2022.02.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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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잔디 지음/천년의상상/306쪽/1만7천 원
나는피해호소인이아닙니다
 
박원순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저자가 자신이 입은 피해 내용,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시장 죽음 이후에 끊임없이 자행된 2차 가해의 실상,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 그 생존의 기록을 담았다.

저자는 2020년 4월 서울시청 직원 회식 자리에서 동료에 의해 불의의 성폭행을 당한다. A씨(당시 40세)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저자를 인근 모텔로 끌고 가 파렴치한 성폭행을 저지른 것이다.

사건 발생 당일날 피해사실을 인지한 그는 증거 등을 확보한 후 경찰에 신고했고, 서울시청 젠더특보 등 자체 조직의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혹여 대선 유력후보인 박원순 시장에게 피해가 갈까 봐 피해자인 자신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의 미온적이고 안일한 처리를 하려는 태도를 확인하고는 상처를 받는다. 이후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지난 4년여 동안 박원순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괴롭힘을 당하는 과정에서 입은 상처가 트라우마로 고여 있음을 새삼 깨닫고는 이 사건을 세상에 꺼내놓을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박 시장이 실종되기 전날인 7월 8일,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9일 새벽까지 13시간 동안 피해자 조사를 받고 귀가해 잠시 눈을 붙이고는 다시 외출해 (박 시장이 실종된 사실을 모르는 채) 변호사 및 지원단체 등과 미팅을 하고 있었다. 피해자가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던 8일 밤 같은 시간,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관계 비서관들과 대책 회의를 가졌고, 다음 날 오전 자살을 결심하고는 공관을 나서 북악산으로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저자는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악의적으로 피해를 공표하는 ‘피해호소인’으로 불리면서 박원순 시장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로 지목되어 끔찍한 마녀사냥을 당했다. 이 공격이 참혹했던 데는 다름 아닌 성폭력 가해자 박 시장이 평생을 여성인권 운동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시민운동가 출신이었다는 현실 과 유리된 팩트, 그리고 박 시장을 비호하면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자행했던 자들이 소위 진보 진영 및 여성운동 그룹에 속한 인사들이라는 인지 부조화에 있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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