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대구원격평생교육원의 문을 열며
<대구논단>대구원격평생교육원의 문을 열며
  • 승인 2010.09.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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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 법인에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새롭게 인가를 받아 문을 연 대구원격평생교육원이 지난 주 첫 학기 개강을 했다.

원격교육이란 그 이름에서 금방 알 수 있듯이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에 강의실에 모여 교수와 직접 얼굴을 대면한 채 진행되는 교육이 아니라 하루 24시간 중 학습자가 편리한 시간에 집이든 사무실이든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컴퓨터로 접속해 이미 학습단위별로 촬영되어 있는 강의 영상과 자료 등의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을 말한다.

교과부로부터 인가받은 교육 형태에 따라 학습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해서 받아야 하는 혼합형 교육기관도 있지만 대구원격평생교육원의 경우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출결관리, 과제제출, 질의응답과 토론, 심지어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의 학업성취도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100% 컴퓨터를 이용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필요한 과목을 등록해 한 학기를 마치고 성적과 학점을 부여받기까지 단 한 번도 학교에 등교할 일은 없다.

더구나 교육비가 정규 대학의 20~30% 수준이고, 교과부로부터 인가받은 교육기관을 통해 일정 기준의 학점을 이수하면 고등학교 졸업자가 원격교육만으로도 전문학사와 학사 등의 학위취득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건강가정사, 평생교육사 등의 자격을 시험을 거치지 않고 단기간에 동시에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장점이 많고, 사이버공간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전국 어디에서든 수강이 가능하다.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지식의 생명주기가 짧아지며 고령사회 진입으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오늘날 먼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과 노후대책을 고심하는 직장인들의 관심이 평생교육 쪽으로 많이 몰리고 있다.

이번학기 대구원격평생교육원 등록자의 연령분포를 분석해보면 30~40대 직장인이나 주부가 가장 많고, 20대 청년과 50~60대 장년층이 그 뒤를 이으며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 본격적인 평생학습사회가 도래했음을 실감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원격교육이 오늘날 가능할 수 있게 된 것은 교육정책의 발전과 과학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그러나 원격교육이 강의의 질적 수준뿐 아니라 시간적, 경제적, 공간적으로 오프라인교육과는 비교할 수 없는 편의와 장점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원격강의는 대부분의 교수가 매우 부담스러워 할 뿐 아니라 매체제작을 위한 준비와 제작과정이 오프라인 강의보다는 몇 배나 힘이 든다. 또 학습자의 수강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교육정책 당국에서는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을 염려한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매체를 만들어 놓았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컴퓨터를 켜 놓고 강의를 플레이시켜 놓은 상태에서 강의가 끝날 때까지 다른 일을 하거나 집중하지 않아도 교육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의 질 관리가 우수한 매체제작 이상으로 중요하게 부각되고 평가기준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점을 소홀히 하고서는 교과부의 인가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원격교육기관이 이러한 약점을 시스템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강의 중간 중간에 돌발퀴즈를 내고 학생이 응답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강의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도입해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다른 기관과의 차별화를 위해 대구원격평생교육원은 돌발퀴즈 이외에 마우스가 일정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반응을 하지 않으면 강의가 진행되지 않는 시스템을 개발해 추가로 도입했더니 개강 후 며칠간 학생들의 항의전화가 엄청났다.

다른 기관은 편하게 해주는데 여긴 왜 이렇게 불편하고 까다롭게 하느냐는 불평이 대부분이었고 어떤 경우는 등록 취소를 요청하기도 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 문을 연 교육원에 등록이 감소하면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고, 학생들의 요구를 다 수용하자니 교육의 질 관리가 소홀해질 우려가 있어 원칙과 융통성 사이에서 몹시 혼란스러웠다.

평생교육시대를 맞아 미래를 준비하는 학습자들이 발을 내디딜 때의 열정과 초심을 잃지 말고 진정한 자기개발을 통해 그 꿈들을 차곡차곡 이루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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