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는 규제 풀고, 국회는 규제 쌓고…
[기자수첩]정부는 규제 풀고, 국회는 규제 쌓고…
  • 승인 2022.06.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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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호 기자 서울지사
류길호  서울지사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규제개혁이 곧 국가성장”이라며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본격화했다.

정부는 드론, 첨단산업 교육, 전기차,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 현장에서의 규제완화 및 서비스분야, 부동산대출 규제까지 모두 풀어 경제회생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회는 반(反)시장적 규제 법안을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쏟아내는 규제법안들로 기업의 활력은 저하되고 혁신의 퇴행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

지난 2019년 12월10일 하루에만 199건의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또 20대 국회(2016~2020년) 4년 동안에만 47건의 위헌 법률이 발의되기도 했다.

OECD 회원국 중 위헌 법률이 한 해 5건 이상 나오는 사례는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10위권 국가로 자랑하지만, 막상 입법 과정에 대한 점검 체계가 허술하다.

과거 13대 국회(1988~1992년)에는 의원 발의 법안이 총 570건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대 국회에는 2만3,047건으로 40배 넘게 폭증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동안 의원발의 법안은 1만5천57건으로 지난 20대 국회의 63%를 넘어섰다. 20대 전반기 2년과 비교하면 118% 증가한 수치다. 이중 처리건수는 4,511건으로 약 30%다.

같은 기간 정부의 법안 발의 건수는 493건이다. 정부법안은 53%가 처리됐다.

정부의 법안발의 건수는 1998년부터 시행된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규제영향평가가 의무화됐기 때문에 적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법안발의는 부처·당정 협의와 규제영향평가, 차관 회의 등 8단계를 거쳐 제출에만 5~7개월 소요된다.

반면 의원 입법은 10인 이상의 동의로도 발의되다 보니, 빠르면 보름 만에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 심지어 부처들도 의원들에게 부탁해 법을 만드는 청부(請負) 입법까지 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그때그때 이슈에 대해 정당들의 진영 논리에 따라 발의되고, 상대 정당도 맞대응 법안을 내면서 허술한 조문의 법안이 속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규제정보포털에서는 제20대 국회가 3천924건의 규제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2.69건이다. 이는 표심을 노린 선심성 인기영합주의, 즉 포퓰리즘 논리가 판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의원들이 표를 얻고자 민원인들이 요구하는 것을 법률로 만들려고 나서고, 힘센 의원이 수준 낮은 법안을 제출해도 이념을 담으면 당론으로 채택돼 당 소속 의원들이 덮어놓고 찬성하는 행태가 빈번하다. 그로 인해 반시장적 규제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법안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법 등이다. 이들은 의원입법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규제영향평가 없이 제정·통과됐다. 재계에서 기업 경영을 위태롭게 만드는 법으로 지탄하는 일명 ‘기업규제 3법’인 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도 동일하다.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법, 노동조합 개정안 등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들도 모두 의원 입법으로 처리됐다.

2020년 3월 의원발의 법안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명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신기술을 활용해 국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는 편익조차 앗아갔다.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요구한 ‘타다 금지법’은 의원들이 집단의 요구에 손을 들어준 대표적 규제법안에 속한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 개혁과 규제 완화에 발 벗고 나서도 국회에서 반시장적 규제 악법이 쏟아지게 되면 규제는 줄어들지 않는다.

법안 발의 건수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평가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통과된 법안 중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고 국민을 위한 편익법안이 평가받아야 이러한 폐단을 줄일 수 있다.

언론이 적극 나서 시장 지향적이며 국민편익을 위한 법안과 발의 의원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여론과 국회의원의 활동 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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