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억 빚 최대 9억 깎아주기 전에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기자수첩] 30억 빚 최대 9억 깎아주기 전에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 승인 2022.08.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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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호 정치부 기자
정부는 1인당 30억원의 채무조정을 추진하고, 파격적 원금탕감으로 논란이 빚어지고 있음에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커녕 힘든 가운데 조금씩이라도 갚아온 성실 상환자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만 키웠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대출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의 1인당 대상 한도액을 30억원으로 결정했다.

새출발기금 조건은 금융회사의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받고 있거나 소상공인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또는 손실보상금 등을 받은 적이 있으면 된다. 이 중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이 ‘부실 차주’로 분류돼 소득과 재산, 상환능력 등에 따라 무담보 대출 원금의 60~90%를 감면받을 수 있다.

개인 자영업자의 한도는 25억원, 법인 소상공인은 30억원에 달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실 상환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부실 차주들에 대한 모럴 헤저드에 대한 고려는 이루어졌나. 정말 영세한 사업자가 아니라 수십억 원의 빚을 질 만큼 담보와 신용을 갖춘 법인까지 지원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어렵게 자영업을 하면서 꼬박꼬박 원리금을 갚아 온 차주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버티면 정부가 깎아준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발생되는 모럴 헤저드는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또 ‘저신용 청년’을 대상으로 이자를 최대 50%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도 발표했다.

정부가 ‘빚투’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저신용 청년층을 구제하겠다는 발표와 동시에 국민적 논란에 휩싸였다.

주식, 코인 등에 투자하려고 빚낸 청년들을 정부가 왜 도와주느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왜 내 세금이 주식, 코인 투자해서 실패한 청년들을 위해 쓰여야 하나. 이 또한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제도에 대해 자신이 한 투자는 손실까지 스스로 책임진다는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학계와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촘촘하지 않아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정책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새출발기금’과 ‘신속채무 조정특례’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생략됐다.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고 특혜로 비쳐져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될 때 이 제도는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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