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상화 시인에게 듣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화요칼럼] 상화 시인에게 듣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승인 2022.08.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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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닿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므나.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



대구의 보물이며 상징이기도 한 수성못 상화동산은 멋진 공연을 만날 수 있는 자연극장이기도 하다. 가까운 주말, 이틀 동안은 수성못 일대의 포켓무대와 특설공연 무대세트가 설치된 잔디광장에서 보냈다. (사)한국생활문화예술단체 총연합회(회장, 장세철)와 함께하는 ‘파크 페스티벌(PARK FESTIVAL)’ 속이었다.

2018년, 가파르게 진행되던 경제위기로 모두가 힘들다고 혀를 내두르던 해, ‘이제는 생활 문화 예술인 시대’라는 명제를 품고 살던 19개 생활예술 단체 문화예술인 1000여 명이 하나가 되어 소통과 화합의 한마당 잔치를 마련했었다. 그후 코로나 펜데믹에 감금되어 내면을 다독일 수밖에 없었지만, 별은 어둠을 탓하지 않고 돌올히 반짝이듯, 생활예술인들이 다시 비상을 위한 나래를 다듬기 시작한 것이다.

참여 제의를 수락하고 한 달 동안 수성 들판과 상화 시인에게 파묻혀 스며들었다. 질책은 깊고 융숭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이상화(李相和, 1901~1943)는 시인, 작가, 독립운동가, 문학평론가, 번역문학가, 교육자, 권투선수 등으로 전해진다. 갓 마흔을 넘기고 세상을 떠난 삶이지만, 그의 족적은 열정 자체이다.

여덟 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李時雨)를 여의지만, 할아버지와 큰아버지의 너른 품에서 세상과 존재의 질곡을 깨달아간다. 상화 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인생조감도에 큰 기여를 한 조부와 백부는 자신의 재산을 털어 대구에 신식 학교인 우현서루를 열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남녀 신분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대했던 분이셨다.

1919년, 상화는 대구에서 3·1 운동 거사를 모의하다가 일제에 발각되었을 때 친구의 누막으로 피신한다. 그곳에 숨어 시를 쓰며 시인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마련하고 문단에 등단한다.(1921년,〈백조〉동인). 이후 1922년 일본으로 건너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다가 관동 대지진으로 귀국하게 된다. 귀국 후 시와 소설 등 작품 활동과 평론 활동하면서《개벽》, 《문예운동》, 《여명》, 《신여성》, 《삼천리》, 《별건곤》, 《조선문단》, 《조선지광》등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하였지만 생전에 작품집 발간의 기회는 없었다.

상화 시인 사후 친구였던 백기만에 의해 유고시집《상화와 고월》이 1951년, 청구출판사)에서 발간된다. 이어서 이기철 교수, 김학동 교수, 대구문인협회에 의해 《이상화 전집》(문장사, 1982)과 김학동 편 《이상화 전집》(새문사, 1987),《이상화 전집》(그루, 1998) 등 세 권의 전집에 유작이 실려 발간된다.

상화 시인의 대표시로 유명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바탕으로 한 시극(詩劇)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극본을 구상하는 동안 나의 뇌리에 파편처럼 박힌 문장이 있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상화 시인은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내게로 현현했다. 아버지를 잃고, 나라를 잃어버린 시인은 수성 벌판에서 거센 바람을 등지지 않고 정면으로 맞받아 또 하나의 바람을 만들어간다, 세상과 존재의 질곡을 끊임없이 탐구한다. 물러설 수 없는 열망을 앞에 두고 환경을 탓하며 주저치 않고 열 손가락에 불지피듯 피워올린다. 혼으로 지피던 불꽃은 나만의 것이 아니어서 죽어서도 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극 <상화와 백년친구>를 위해 함께 바닥을 구르며 연습하며 멋지게 무대에서 이장희와 백기만의 삶을 멋지게 재현해 준 배우 유혜경, 배정애 선생님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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