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익숙함과 안전을 혼동하지 말자
[기고] 익숙함과 안전을 혼동하지 말자
  • 승인 2022.10.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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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기 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사 부장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업에서는 대면 회의 대신 온라인(On-line) 회의가 더욱 활성화되었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마스크는 필수가 되었다. 이제 야외 마스크 의무착용은 해제되었지만, 그동안 습관이 되어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마스크 없이 거리를 다니는 것이 아직은 어색하기도 하다.
'익숙하다'는 것은 어떤 일을 여러 번 하여 서투르지 않은 상태나 어떤 대상을 자주 보거나 겪어서 처음 대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상태를 말하는데,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수전 데이비드(Susan David)는 저서「감정이라는 무기(Emotional Agility)」에서"우리 인간의 두뇌는 때때로 편안함을 안전으로 착각한다"고 했다. 평상시와 비슷한 환경에 있을 때는 편안함과 만족을 느끼는 반면, 무엇인가를 처음 대하거나 평소와 다르다고 느낄 때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대체로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이런 편안함과 익숙함을 안전으로 착각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루에도 여러 번 일터에서 근로자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를 목격하는데, 이 중 상당수는 불안전한 행동이 습관처럼 굳어져서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발생한 경우이다. 즉, 평소의 익숙함 때문에 숨어있는 위험요인들이 과소평가되어 발생한 것이다.
올 7월 우리지역의 한 정수사업소 지하 저류조에서 청소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질식으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는 작업 시작 전에 밀폐공간인 저류조 내부가 안전한 상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산소와 유해가스 농노를 측정하는 등의 기본적인 작업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한 원인이 크다. 즉 위험을 들여다보려는 시도 없이 기존의 익숙한 작업방식을 고수하여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익숙함 때문에 안전에 소홀한 결과,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접이식(A형) 사다리를 아슬아슬하게 벽에 걸쳐놓고 안전모 착용이나 별도의 안전장치 없이 사다리 상부에서 작업하다가 떨어져서 사망하거나, 지게차 탑승 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게차가 전도되어 깔려 사망하는 경우, 건설 현장에서 아찔한 높이의 철골 구조물 위에서 최소한의 안전대도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다가 떨어져서 사망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예전에 안전점검을 위해 방문한 사업장에서 위험기계인 프레스의 안전장치를 해제한 상태에서 작업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왜 그렇게 불안전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시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 근로자는"예전부터 안전장치가 없는 프레스에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있으면 오히려 불편하고 작업효율도 떨어진다"라며"이렇게 해왔어도 지금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일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던 모습에 안타까움과 함께 허탈감을 느낀 기억이 있다.
분명한 것은'익숙함이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익숙함을 가장한 잠재된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익숙하지만 불안전한 작업방식이 계속될수록 사고발생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고, 종국에는 실제 사고로 연결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익숙함에 숨어있는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임을 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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