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워터게이트 사건의 의미
[수요칼럼] 워터게이트 사건의 의미
  • 승인 2022.11.2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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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아시아 각국이 내란이 일어나거나 침략을 받으면 스스로 해결하라"는 닉슨 닥트린이 발표되고, 베트남에서 미군 철수가 결정되면서 안보 위기를 느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0월 유신을 선포한다. 한국 정치와 관련 있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외교적,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거짓말이 밝혀지면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닉슨의 사임 배경에는 1971년 워터게이트 건물 침입 사건부터 1974년 닉슨 사임까지 3년 동안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인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이 사건을 파헤쳐 진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닉슨은 1952년 만 39세 때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아이젠하우어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부통령에 당선됐다. 아이젠하우어 대통령의 정치적 양아들이라 불리면서 일찍부터 대통령 수업을 받은 닉슨은 1960년 제35대 대통령 선거에서 뉴프론티어를 외치던 케네디에게 분패했다. 닉슨은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았으나 가정 형편으로 집 근처에 있는 휘티어 대학 출신의 소위 흙수저에 매부리코인 반면, 하버드 출신의 젊고 잘생긴 금수저인 케네디와 라디오 토론에서는 49% 대 21%로 이겼으나, TV토론에서는 비디오형인 케네디에 30% 대 29%로 근소한 차이로 졌다.
정치적 희망의 불빛이 꺼져 가던 닉슨은 1969년 민주당 허버트 험프리를 누르고 37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그는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의 의견을 수용하여 중국을 방문해 마우쩌둥과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베트남에서 평화협상으로 미군을 철수했다. 또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우주전쟁에서 소련을 앞서기 시작했으며, 경제적으로는 닉슨쇼크와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이러한 업적으로 1972년 대선에서 조지 맥거번을 상대로 크게 승리하여 재선에 성공했으나, 1973년에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이 그의 정치적 발목을 잡았다.
대중적인 인기가 낮은 닉슨의 재선을 위해 그의 참모들은 배관공으로 위장한 정보부 요원들을 워터게이트 호텔에 자리한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 침투시켜 도청 장치를 가설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주거 침입으로 간주됐으나 재판이 진행되면서 배후에 닉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닉슨은 처음 워터게이트 사건에 공모한 사실을 부인했으나 녹음된 테이프가 공개된 후 일시적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 거짓말에 많은 미국 국민들이 분노했다. 닉슨은 1974년 상원에서 탄핵이 가결되기 전에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FBI 부국장 펠트의 제보로 수면위로 올라왔다. 밥 우드워드 기자는 1972년 6월 17일 토요일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편집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금 워터게이트에 이상한 사람 5명이 잡혀있는데 한번 가보라는 말을 듣고 이 사건을 끈질기게 취재하여 진실을 밝히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밥 우드워드는 정보원 펠트 부국장을 '깊은 목구멍' 이라고 칭했으며, 두 사람의 인연으로 탐사보도 저널리즘이 탄생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다. 정치인의 도덕성을 강조할 때 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소환되어 '거짓말이 나쁘다'고 증명한다. 거짓말은 정치인만의 도덕적 잣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안타깝게도 거짓말에도 진영논리가 존재한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거짓말에는 관대하므로 거짓말과 악담을 버젓이 쏟아낸다. 그런데 기자가 쓴 거짓 기사를 듣고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둘째는 직업윤리이다. 지난 18일 도어스테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국가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MBC기자는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물었으나 윤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후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MBC기자 사이에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MBC 기자의 대통령에 대한 질문 태도와 자세를 두고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불쾌하게 생각한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인터넷 매체들은 국민의 알권리 보다는 상업성 광고를 위해 편파적이고 과장된 기사를 보내는 등 노이즈 마케팅을 즐긴다. 그 자체만으로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이 없다. 그러나 이들 매체에서 생산한 포로노성 기사를 공영방송에서 확대 재생산한다면 사회적으로 미치는 해악은 매우 크기 때문에 무한정 언론의 자유만을 주장할 수 없다. 알 권리를 위한 위험한 취재와 언론의 자유는 기자들 스스로 취재 윤리를 지킬 때 보호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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