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무혐의’ 결론에서 교훈을…
[의료칼럼]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무혐의’ 결론에서 교훈을…
  • 승인 2023.02.1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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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대구시의사회 부회장, 대경영상의학과 원장
- 곤이불학(困而不學), 하급(下級)이 되고 말 것인가!

세계적인 일본의 경영학자 노나카 이쿠지로가 1984년 발간한 '실패의 본질'은 일본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은 명저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한 원인을 경영학적으로 분석한 책으로, '일본이 패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은 패배한 전쟁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구절은 아무리 봐도 놀랍다. 저술 당시 버블 경제로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일본에서, 다가올 90년대의 장기침체를 예언하고 있는 듯 하여 감탄 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2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90년대부터 시작된 30년간의 장기침체의 원인 중 가장 큰 핵심은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예로 1939년 발발한 소련과 일본 관동군간의 할힌골 전투(노몬한 전투, ノモンハン事件)를 보자. 이 전투에서 일본군은 총검과 화염병, 투철한 정신력만으로 소련군의 최신 전차에 무모하게 돌진하여 전멸에 가까운 대패를 하고 만다. 1930년대 산업화를 거치며 군 장비와 교리의 현대화를 이룬 소련군과, 러일전쟁 이후 35년간 과거의 총검백병전만 고집해 온 일본군의 전투 결과는 뻔했다. 과거 러일전쟁과 구식 중국군과의 전쟁에서의 승리에 취해 발전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큰 실패에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후 소련보다 더 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미국과의 2차 세계대전에서도 계속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총검백병전을 반복하다가 처참하게 패망하게 된다. 이런 패턴은 경제에서도 반복된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한 뛰어난 품질로 소니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 냈지만, 90년대 이후 4차 혁명시대를 맞아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다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30년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버린다.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는 어떨까. 6.25.전쟁의 폐허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선진국이 되었으나, 이에 만족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일본의 전철을 답습할 것인지, 더 큰 발전의 길로 나아갈 것인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작년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정호영 전 경북대학교 병원장이 선정되었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학교 병원장으로 코로나19 방역의 중책을 훌륭히 수행하여, 코로나19로 얻은 경험을 정리하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미지의 질병에 대비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의 충분한 자격이 있음이 분명했다. 필수 응급 의료 시스템의 재정비가 시급한 시점에서 외과전문의로서 누구보다 더 해박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고, 의료계 안팎에서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의사로 동료 선후배 사이에서 인정받아 보건의료의 수장으로 최적의 인물이었다. 자연인으로서, 의사로서, 또 방역의 책임자로서 검증된 정 후보자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발표되었을 때 의료계는 적절한 인선이라고 환영 일색이었으나, 야권과 일부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낙마하고 말았다.

그가 야당의 표적이 된 원인은 오로지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이었다. 첫 장관 인선에서 흠집을 내어 국민들에게 새 정부의 무능함을 선전하고 거대야당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신상털기를 시작한 야당과 일부 언론은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아들의 군 신체검사 결과를 가지고 입시 및 병역 비리 '의혹'으로 요란하게 포장하고 전방위적인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어떤 합리적인 해명도 소용없었다. 신촌 세브란스에서 재검사를 받아 2015년 신체검사 결과와 일치함을 증명하였으나 병역 비리 '의혹'은 계속 언론을 장식했다. 입시 의혹에 관해 경북대 측에서 입시 시스템상 비리가 불가능함을 설명하였고, 면접관이었던 교수가 당시 상황을 소상하게 해명하여도 야당의 '의혹'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수사를 맡았고 8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 1월 18일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 편입학 과정 비리 의혹, 정 후보자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야당은 당리당략을 위해 평생을 환자의 곁에서 의술을 펼치고 후학을 키우며 코로나19 방역에 헌신한 한 의사의 명예를 헐뜯고 훼손하였다. 국가 기관의 수사에 의해 사실무근임이 밝혀졌으면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배상하는 것이 상식이고 인간된 도리이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성하고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목소리 높여 정 후보자를 공격하던 국회의원들과 언론들은 왜 이리 조용한가? 의도된 공격이었든, 혹은 백번 양보하여 날카로운 자질 검증이었든 그 '의혹'이 사실무근임이 밝혀졌으면 실수를 인정하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며 억울하게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정도이고 당연지사가 아닐까.

공자는 '태어나면서 아는 사람은 상급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이 그 다음이고, 곤경에 처해서 배우는 사람은 또 그 다음이며, 곤경에 처해도 배우지 않으면 사람이 하급이 된다.(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 困而學之 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下矣)'라고 하였다. 틀린 길을 선택하여 곤란을 겪고 실패하면 배워서 고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하급이며 구제불능이다! 오류를 범했으면 반성하고 개선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우리는 보건의료 개혁의 최적임자를 잃었다. 지금이라도 야당과 언론은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실추된 정 후보자의 명예를 복원시켜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정 후보자에게 다시 적합한 임무를 맡겨 그의 능력으로 국가와 사회에 봉사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스스로 잘못된 일을 반복하며 자멸의 길을 걸었던 일본의 길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닌지, 곤이불학(困而不學)의 구제불능의 하급은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하여, 발전과 번영의 큰길을 쾌속 질주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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