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밖의 뼈가 어둡다고
달팽이는 저녁이슬 하나씩 깨물어 먹는다
살 밖의 뼈가 어둡다고
숲은 간이 싱싱한 어린 참나무를 찾고 있다
꽃대궁은 이미 뜨겁다
잎은 혼례에 늦는 신부를 데려오느라 아직 피지 않고 있다
살 밖의 뼈가 어둡다고
멀리 동구 밖 홰나무는 말울음 소리를 낸다
◇류인서= 200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여우’,‘신호대기’, ‘놀이터’등. 육사시문학상(젊은시인상), 대구시협상, 지리산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등 수상.
<해설> 식물적인 이미지로써의 상사화는 시인에게 식물이 아닌 자신의 껍질 즉 집을 등에 지고 다니는 달팽이로 환치되고 있다. 이는 늘 그 자리에 있는 대상을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시인의 탁월한 상상력과 만나 본질 너머의 본질을 생각할 새로운 의미 매개의 통로를 열고 있다. 리듬을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살 밖의 뼈가 어둡다고” 는 달팽이의 말이자, 어쩌면 한탄조의 시인에 푸념쯤으로도 읽힌다. 그리 긍정적인 어투가 아니라 내면의 어떤 불만쯤으로 와 닿으면서 시인의 상사는 전개된다. 꽃대궁은 이미 뜨겁고 잎과 꽃이 한꺼번에 만나지 못하는, 그래서 현실이라는 숲에서의 사랑은 아프다. 빨리 혹은 제때 도착하지 않는 어떤 기다림이 동구 밖을 살피게 되고, 말울음 소리를 또 기다리고….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