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움발로 밖을 살피던 원추리 싹
적신 단비에 불쑥 고개 내밀었다
더 멀리 뛰쳐나갈 궁리 중이다
연한 입술은 말 배우는 손녀 같아서
하늘과 땅 사이 모든 것들
궁금하고 또 궁금한 사랑이 된다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날
틈을 보는‘ 너 닮은 나의 지혜가
허공을 파릇하게 벌린다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쳐도
어느 겨울 공화국에 포성이 울려도
늘 무릎 펴고 일어서고야 말거야
처마를 건반인 듯, 치고 내려오는 봄비에
너는 그만, 털 젖어 잠깬 고양이
슬슬 저만치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승권= 대구 출신. LG전자 상무. 중소기업 대표 역임. 계간 ‘문장’으로 등단. 형상시학회 회원
<해설> 실내에 혹은 베란다쯤에 시인은 원추리라는 식물을 심어두었나 보다. 그 식물이 겨울을 지나 봄날 싹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시인은 갓 말을 배우는 손녀의 모습과 병치한다. 실내가 아닌 세상이라는 넓고 커다란 공간을 꿈꾸게 하고 싶은 어쩌면 원추리는 그런 시인의 바램 일 런지도 모르는…. 시인이 꿈꾸는 노마드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질병과 전쟁이라는 현재 지구의 환란 속에서 봄비는 바로 싹을 틔울 희망이자, 푸른 반란의 도화선 인 듯, 고양이의 잠까지 깨운다는 건,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은유로 던지는 신선한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