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대재해는 개인 생명뿐만 아니라, 가족 행복을 파괴하는 일
[기고] 중대재해는 개인 생명뿐만 아니라, 가족 행복을 파괴하는 일
  • 승인 2023.04.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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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구 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부 산업안전부장
지난해 어느 날 패트롤 점검을 위해 사업장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사업장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낯익은 느낌을 받았다. 사업장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현장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10여 년 전에 중대재해가 발생하여 사고를 조사하고자 방문했던 사업장이었음이 기억났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다른 사업장이 입주하여 제조공정과 생산설비가 모두 바뀌어 있었으나, 그날의 아픈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고 당시에는 헌 옷을 수거하여 재생섬유의 원사를 생산하는 사업장에서 부부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 아내가 수거된 헌 옷을 종류별로 분류하면 남편은 믹서기 내부에 옷가지를 투입하고 운전하는 작업 중에 믹서기 내부에 꽂아 놓은 쇠막대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원심력으로 밖으로 튀어나와 남편의 안면부를 가격하여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 그로 인해 충격적인 사고를 목격한 아내는 오랜 기간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Trauma)를 겪었을 것이 자명하다. 이처럼 중대재해는 개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가족의 행복을 파괴하는 불행한 일이다.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을 제정·공표하였고 이를 산업안전보건법에 법제화하였다. 위험성평가란 사업주가 스스로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평가하여 감소대책을 수립·실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앞서 언급한 사고를 돌이켜 보면, 만약 믹서기에 뚜껑을 설치하고 구동부와 전기적으로 연동하여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는 운전되지 않도록 사전에 위험성평가를 통해 안전한 조치가 선행되었더라면 그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면 사업장의 실질적인 유해·위험요인이 제거됨으로써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향상은 물론 양질의 노동력 확보 및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핵심과제는 노·사가 함께 스스로 위험요인을 진단·개선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예방 노력에 따라 결과에 책임을 지는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 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과정은 줄탁동시(
啄同時)라는 사자성어가 딱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한다. 즉, 생명이라는 가치는 내부적 역량과 외부적 환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창조됨을 말한다.

내년 1월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확대된다. 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사에서는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50인 미만 소규모사업장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하여 사고사망이 발생되지 않도록 어미 닭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이로써 소득 3만 불 선진국의 위상과는 괴리된 중대재해 감축 정체기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안전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분수령이 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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