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한 사진 한 장을 찐한 사진으로 읽고 클릭했는데
눈 껌뻑이며 화기와 연기와 어둠에 전 소방관들이 땀 냄새처럼 불어터진 늦은 저녁을 먹는다
반쯤 남은 컵라면 옆 김밥을 뭉쳤던 은박지가 불에 해체된 꿈같이 긴 목을 추스르며 뒤척이고
내 눈은 자꾸 찐한 것을 찾아 위아래 벗기고, 옆옆 벗기고, 뒤를 앞을 다시 벗기고 샅샅이 속, 핥는데
붉은 혀 널름거리는 소리 새나오는 듯한 눈동자 아래, 검게 그을린 허기 꿈틀대는 생生의 목젖, 저 둥글게 말린 등허리들
다음 사막을 향해 길 떠날 채비를 하는 허깨비 허깨비 허깨비 같은 목덜미
◇추프랑카= 경북 달성 출생,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시 등단.
<해설> 오늘 범어도서관에서 디카시 수업을 하면서 바슐라르의 불의 상징을 이야기하다가 수업 말미에 요즘 산불이 심하다는 말과 우리의 산림 이야말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가치 있는 것임을 강조하였는데, 마침 청탁한 추프랑카 시인의 시가 메일로 도착했다. “소중한 지면에 제 시를 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대구의 소방관 한 분에게라도 작은 위로가 되고 싶은 마음에 이 원고를 보냅니다. 선생님의 따듯한 마음으로 모쪼록 살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추프랑카 올림” 이렇듯 시인의 눈은 세상 곳곳에 닿아 있음에 한번 놀라게 되고, 한 하늘 아래 어떤 영감은 별다른 소통 없이도 통한다는데 한 번 더 놀라게 되고, 시인이 신문문예에 등단 할 때 내가 예심을 한 그 묘한 인연에 한 번 더 놀라는…. 아무튼 그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