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이마라 사막에는
대부분의 나무들이 가시를 달고 있는
아카시나무라고 한다
건기의 목마름을 견디기 위해서
거기 물을 저장한다고
이웃집 그도 내 곁의 그녀도 자신의 약함 때문에
살기 위해 가시를 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처가 많아 지레 겁을 먹은 표시인지도
내가 그냥 찔리는 것이다
그건 그의 본의가 아닐 거라는
세상엔 내가 미처 알 수 없는
그만의 마사이마라 아카시나무 한 그루쯤
누구나 키우고 있다는 것을
◇전태련= 2003년 ‘사람의 문학’ 등단, 시집 ‘바람의 발자국’, ‘빵 굽는 시간’, ‘붉은, 그리고 흰’이 있음.
<해설> 식물도 나름 살기위해 그가 존재하는 현실공간에서 자신의 영역을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 간다. 비단 식물 뿐 아니라 동물들도 생명연장을 위해 보호색을 띤다고 한다. 마사이마라 사막의 아카시 나무도 그 중 하나일 것이고 이웃집 그도, 내 곁의 그녀도 그게 자신의 사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한 상처가 많아 지레 겁을 먹은 가시에게 시인은 “ 내가 그냥 찔리는 것이다” 찔려주면서 깨어지지 않는 생태계의 평화에 순응하는 삶을 꿈꾸는 저 유연한 사유의 바탕은 매우 깊은 또 하나에 깨달음의 세계가 아닌가. 결국 찔려주는 것 같지만 가시를 가진 선인장이거나 나무도 자신의 가시가 누군가의 살 속에 파고 든 것을 모르진 않을 터, 그걸 알 때 찔린 자 보다 찌른 자가 더 굴욕적임을...,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될 것이다. 작금의 한일 관계처럼.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