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따끈한 꿈
[좋은 시를 찾아서] 따끈한 꿈
  • 승인 2023.04.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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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귀자 시인

모퉁이 시커먼 안동 장날

한 판 국화꽃은 피고야 맙니다

둥글면 부딪지 않는다는 빵틀에서 돌고 돌다

빠져나온 만월을 불러, 향기 그윽한 발자국

무작정 콕콕 찍습니다

쓴 이별과 달콤한 사랑 사이는 멀고도 가까워서

식기 전에 들고뛰던 내 가슴도

빙글 돌려가며 굽습니다

숭숭 사정없이 난 구멍

연탄 불꽃 가물거릴 때마다

따끔한 꿈 한 봉지 껴안았으니

무당벌레 피해 돌아가던, 그 어둡던 길도

이젠, 정겨워질 수도 있겠습니다

◇피귀자= 2018년 ‘인간과 문학’ 신인작품상 공모 시 당선. 매일시니어문학상수상 (시), ‘수필과 비평’문학상, 대구수필가협회 문학상 등 수상. 대구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수필가협회 운영이사, 형상시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 수필집 ‘종이날개’, ‘그대에게 가는 길’이 있음.

<해설> 꿈은 과거의 기억들이 서로의 모퉁이를 내어주면서 새롭게 편집되어 한편의 드라마처럼 만들어진다. 시인에게 과거의 한 모퉁이였을 안동장날 국화빵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따끈하다. 마치 쌀쌀한 가을 날씨에 피는 국화꽃처럼 쓴 이별과 달콤한 사랑을 동시에 껴안은 듯, 새록새록 자신을 데우는 매개물이 되고 있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만난 그날의 국화빵이 그날로 끝나지 않고 오래오래 오감으로 기억 된다는 것은, 그가 이미 시인의 운명을 타고 났음이 아닐까? 현실의 막막한 길도, 두려움의 길도 그 국화빵의 기억으로 모두 헤쳐 나가서 끝내는 세상의 어떤 무당벌레가 가로막는 길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시인이 되시길.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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