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칼’ 손에 들고 긴박한 범죄 상황 대비
‘진짜 칼’ 손에 들고 긴박한 범죄 상황 대비
  • 이지연
  • 승인 2023.04.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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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물리력 대응 전문 교관
比 전통무술 등 10년 이상 익혀
실제 상황과 최대한 유사하게
경찰관, 맨몸 방어훈련도 실시
물리력대응교육에쓰이는흉기들
대구경찰청 소속 김정희 경위가 실제 교육에 사용하는 흉기들. 이지연기자

“식칼 들고 덤빌 땐 순간 아찔하죠”

일선 경찰관들의 현장 대응 실력 향상을 위해 경찰이 ‘진짜’ 칼을 빼들었다.

대구경찰청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김정희(48세) 경위는 가방에 다양한 종류의 흉기를 들고 다닌다. 김 경위는 물리력 행사 전문 교관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수업에는 일반적인 모형 칼이 아닌 진짜 칼이 등장한다. 부엌칼은 물론 직접 구입한 회칼, 가위 등 다양하다.

갑작스럽게 흉기를 휘두르거나 근거리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실제 상황과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는 게 김 경위의 설명이다. 특히 흉기를 들고 공격할 시 경찰관이 무기를 꺼낼 여유가 없을 때를 가정해 맨몸 방어훈련도 한다.

촬영을 위해 김 경위의 교육 가방 안 흉기들을 나열하고 보니 여느 조직폭력배 검거 증거품 사진일 정도다.

지루할법한 수업임에도 실제 흉기 등장으로 참여자들 눈도 번쩍 뜨인다.

참가자들의 집중된 눈빛에는 교관 안전에 대한 걱정도 더해진다. 자칫 시범 도중 아찔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태연하다.

요즘 ‘덕업일치’중이라는 김 경위는 “예전에 칼을 든 정신질환자를 마주한 적이 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온 몸이 뻣뻣해지더라. 실제 맞닥뜨리면 의지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며 실제 흉기를 교육에 사용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필리핀의 전통무술인 칼리아르니스와 복싱, 유도 등을 10여 년 이상을 익혔다.

김 경위는 “상황에 맞춘 무술을 익히다보니 기회가 되면 동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교육 도중 실제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김 경위는 “잠시 쉬는 시간 각자 겪었던 현장 사례들을 함께 털어놓는다. 트라우마에 대한 정서적인 치유 외에도 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들을 때 정말 보람있다”고 했다.

지난 18일 중부경찰서의 진행한 교육 한 참가자는 “칼은 든 범인과 대처했을 때 실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고민이 있었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사례 교육이 좀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들도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물리력 대응 전문 교관은 새로 만들어진 제도는 아니다. 2019년 경찰관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라 기존의 무도교관을 현장 대응 매뉴얼에 맞게 도입했다. 이후 2021년 인천 남동구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현장에서 이탈한 경찰관이 경험과 훈련 부족으로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른 입체적 교육대책 중 하나다.

대구경찰청 소속 물리력 대응 전문 교관은 김정희 경위가 유일하다. 지역 각 경찰서에는 187명의 무도 교관들이 겸직하고 있다. 겸직 특성상 자원봉사에 가깝다는 지적 등 전문성 제고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이에 올해부터 대구경찰청은 전문 교관제도를 시행, 직접 파견 형식의 교육을 시작했다. 물리력 대응 훈련 교육 인력풀에 등재돼 있는 교관 중 무도 능력자를 우선해서 뽑았다. 테이저건 사용이나 삼단봉, 방패, 그밖의 물리적 기술에 대한 교육 능력을 갖추는 데 목적이 있다. 사례별로 대상자를 안전하게 제압 할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지연기자 lj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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