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건강한 나를 위해 단련하는 ‘마음의 근육’
[화요칼럼] 건강한 나를 위해 단련하는 ‘마음의 근육’
  • 승인 2023.04.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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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다만, 인식이

그것을 만든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세기를 초월하여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햄릿’은 셰익스피어 시대에도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이었으며, 오늘날에도 누군가에 의해 공연되고,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햄릿’의 배경은 12세기 덴마크 왕가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르네상스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주인공 ‘햄릿’을 둘러싼 삶과 죽음, 정의와 불의, 사랑과 미움, 진실과 거짓 등 다양한 문제는 어느 시대의 특징이라고 국한시킬 수 없다. ‘햄릿’의 체험은 우리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경험의 한 양식이다. 햄릿의 갈등과 고뇌는 죽지 않고 살아서 지금도 우리 곁에서 보편성과 심미적 가치를 드러내며 숨 쉬고 있다.

‘햄릿’이라는 주인공에게는 격변하는 현실 앞에서, 이렇게 하지도 저렇게 하지도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투사된다. 적절성을 잃은 결핍과 과잉은 병리적이다. 사람은 인생의 경영에서 누구나 실패와 좌절을 겪는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에도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쉽게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 똑같은 말을 들어도 분통을 터뜨리며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후자는 마음의 근육이 잘 발달된 사람들이다.

마음의 근육을 심리학에서는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아가는 성질이나 능력이다. 마음의 근육으로 일상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을 빠르게 극복하고 원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때 회복탄력성이 좋고 마음이 건강하다고 평가한다. 그것은 개인의 성격이나 과거의 경험을 포함해 현재의 환경, 주변 사람들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마음의 상처를 얼마나 받았는가? 무엇으로 괴로운가? 하는 문제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상처받으며 성장했지만 의외로 타인의 의견을 너그럽게 잘 수용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다른 의견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린 시절 들은 말의 상처 때문에 평생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놀이처럼 주고받은 농담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말한 사람은 기억조차 없는 말에 상처를 받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마음의 상처는 몸의 상처보다 더 깊고 치명적이다.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 상처인지, 아니면 지워질 상처인지는 상처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상처를 받은 사람의 마음에 따른 영향과 문제이다.

이젠 건강한 백세를 위해 마음의 근육에 관심을 가져보자. 쉽게 상처받지 않고 나를 보호해 줄 마음의 근육은 어릴 때부터 개발되어 살아가는 동안 필요할 때마다 잘 사용되어야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다. 우리에겐 아직도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으니까.

마음의 근육이 얼마나 단단한지는 마음의 이력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마음의 이력서는 사람이 살면서 세상과 얼마나 부딪히며 살아왔는지,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또 어떻게 도전하며 단단하게 단련되었는지에 따라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이력을 마음의 지평 또는 자아경계(Boundary)라고 한다.

자아경계란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서부터 내가 아닌가에 대한 기준선이다. 자아경계는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내 땅의 시작과 끝나는 지점을 알게 한다. 나의 경계를 알고 있으면, 내 땅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개척해야 할지 기준을 알게 된다. 또 내 것이 아닌 것과 그것에 대해서는 책임 또한 지지 않아도 됨을 알게 한다. 이처럼 인식의 전환만으로도 여러 가지 선택의 길이 열리고, 자유롭고 당당하게 내 인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우리가 마음의 지평이라는 제한 범위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그 삶은 매우 혼란스럽고, 자신이 선택한 길 위에서 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 속 주인공의 명대사다. 살아갈 날의 시작인 오늘은 내 마음의 근육을 만져보자. 마음에도 지평이 있고, 마음의 땅은 주인의 갈무리에 따라 땅이 단단해지고, 나의 발자취에 따라 다양한 수목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이제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울림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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