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좋은 송신은 좋은 수신에서 시작된다
[달구벌아침] 좋은 송신은 좋은 수신에서 시작된다
  • 승인 2023.05.0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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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송신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을 뜻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사람, 즉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낸 사람은 송신자라고 한다. 반면 수신자는 보낸 메시지를 받는 사람, 즉 메시지를 받아서 그것을 해석하고 그것을 자기의 삶에 받아들이는 사람을 뜻한다. 이렇듯 메시지의 전달은 송신자와 수신자의 소통에 의해서 이뤄진다. 그런데 여기에서 송신자가 아무리 메시지를 잘 보내도 수신자가 제대로 받지 않으면 그 메시지는 잘못된 해석을 통해 잘못된 메시지로 전달된다. 메시지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송신자가 맞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전달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곡해해서 받아들이거나 나쁜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라 말할 수 없다.

개와 고양이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개는 상대에게 반가움의 표시로 앞발을 사용한다. 앞발을 세워 들고 상대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반가움의 표시가 되고 내가 당신을 좋아하니 나와 함께 놀아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된다. 이렇듯 개는 앞발을 듦으로 반가움이라는 메시지를 송신했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있어서 앞발을 든다는 것은 개와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고양이에게는 앞발을 들어 올린다는 것은 싸우자는 뜻이 된다. 그래서 개가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앞발을 들고, '너의 친구가 되고 싶어. 네가 좋아'라며 앞발을 들고 다가가 봤자 고양이는 '나와 싸우자'라고 해석하고, 개를 향해서 '냥냥 펀치'를 날릴 것이 뻔하다. 여기에서 송신자는 개이고, 수신자는 고양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개도 수신자라는 걸 알 수 있다. 고양이의 앞발 사용은 '다가오지 마. 나 너 싫어'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개는 그걸 보고 '어 너도 나를 반기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한판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고양이가 보낸 송신 메시지를 개가 잘못 수신한 까닭이다.

사람들 관계 속에도 이런 경우가 많다. 메시지를 잘 보내야 되는데 그렇지 않은 송신자가 있다. 충분히 오해될 만한 메시지를 보내고 상대방이 거기에 대해서 반응을 했을 때 또 제대로 해석을 하지 못하고 자기 식대로 해석을 하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경우가 있다. 한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런데 그 표현 방법은 그녀에겐 부담을 주는 행동이었다. 남자의 고백 방법은 이러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남자답게 '나는 당신이 좋습니다. 나와 사귀어 주십시오'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에게 호감이 전혀 없던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남자가 전해주는 꽃을 받아 들게 되었다. 남자는 날아갈 듯 기뻐했고, 주위에 사람들은 둘의 관계를 축하하며 박수를 보냈다. 보기에는 사랑이 시작된 듯해 보였다. 하지만 그 고백의 사건이 있고 난 후 이전보다 남자를 더 멀리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그의 고백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데서 단칼에 거절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 생각했기에 그냥 남자의 꽃을 형식상 받은 것뿐이었다. 남들 앞에서 거절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고맙습니다.'라며 꽃을 받아 든 메시지는 승낙의 의미로 해석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이후 남자는 더 적극적인 구애를 하게 되었고 여자는 이전에는 그냥 평범한 회사 동료였고, 아무런 감정이 없던 그냥 편한 사람이었는데 그가 점점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 사람을 보면 도망가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송신자인 그 남자가 놓친 것은 그의 감정을 제대로 수신하지 못한 것에 있다. 좋은 송신을 위해서는 그녀의 표정을 제대로 살펴야 했었고, 그녀의 말뜻에 담긴 진짜의 마음을 제대로 수신했어야 했다.

우리는 모두가 송신자이며 동시에 수신자이다. 어떤 말을 하는가? 도 중요 하지만 그 메시지를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을지, 어떻게 수신하고 있는지 그리고 다시 상대가 어떤 메시지로 나에게 송신하고 있는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얼굴을 살펴야 하고 상대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된다. 제대로 된 수신은 상대의 얼굴을 보는데서부터 시작된다.

멋진 소리를 내는 소리 명창은 귀명창이 먼저라 했다. 잘 듣는 것이 되어야 소리를 잘 내는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메시지를 잘 전달하려면 메시지를 잘 듣는 것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어떤 말이 듣기 좋은 말인지, 어떤 메시지가 제대로 잘 전달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좋은 송신은 바로 좋은 수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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