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4·19혁명에서 총격전은 없었다
[대구논단] 4·19혁명에서 총격전은 없었다
  • 승인 2023.06.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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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지난 5월30일자 조선일보 A33면에 실린 호남대안포럼 박은식 공동대표의 호남통신은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바가 무엇인지 헤아리기 쉽지 않았다.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국민의 힘을 격려하는 내용이 상당부분이라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데 가타부타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가 인용한 4·19혁명 당시의 상황은 전체적으로 오류투성이어서 4·19혁명공로자로서 그냥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가 4·19혁명을 언급한 것은 5·18이 세계적인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라고 하면서 광주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 자유민주주의의 정신과 역사적 화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5·18이 시민군으로 무장하여 진압군과 격렬한 총격전을 벌였던 사실이 마치 4·19혁명 때도 그랬다는 것으로 호도한 것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국민의 의지와 반대되는 기존체제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엔 항상 유혈충돌이 있었다면서 4·19혁명 때도 마산의 민간시위대가 수류탄을 탈취해 경찰서에 던졌다고 말한다. 마산시위는 3월15일 부정선거가 실천에 옮겨진 그날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어났다. 남녀 고등학생들이 질서정연한 대오로 “부정선거를 다시 하라”고 외치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시민들이 뒤를 따르며 동참했던 것이다. 시위대의 목표는 시청과 경찰서였다. 시위를 막는 경찰대는 최루탄으로 해산을 종용했고 데모대는 투석전으로 맞섰을 뿐이다. 밤이 되어도 시위가 계속되자 경찰은 실탄을 발사하여 이날 희생된 사람은 7명이었다. 김주열의 시신은 어디론가 사라져 병원에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김주열의 모친 권찬주여사가 전북 남원에서 마산에 도착하여 “내 아들 김주열을 찾아내라”며 하얀 소복을 입고 통곡하며 시내를 누비는 사진과 기사가 동아일보 등에 대서특필되었다.

시위대가 수류탄을 탈취했다고 하지만 비무장 시위대에게 전쟁터에서나 쓰는 수류탄을 가지고 나왔다가 빼앗길 경찰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경찰서에 던졌으면 경찰서는 폭파되었을 것인데 투석전으로 깨어진 유리창 외에는 멀쩡했다. 당일 사라진 김주열의 시신은 26일 만에 마산 앞 바다에 떠올랐다. 국회에서도 이 사건은 크게 다뤄져 진상조사단이 파견되었다. 민주당 소속 양일동의원은 단장의 자격으로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주열열사는 경찰이 쏜 최루탄에 눈이 맞아 사망했다”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흥분한 마산시민들이 4월11일 제2차 마산시위에 나서며 여기서도 경찰의 발포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찰은 데모의 주원인이 김주열이라고 판단하여 그의 시신을 한 밤중에 남원 금지면 고향으로 이송하여 매장을 강행했으며 63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에 고이 잠들어 있다.

박씨의 수류탄 탈취 거론은 엉뚱하게도 동대문과 의정부 일대의 총격전으로까지 발전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많은 4·19혁명 시위대의 실상에 대해서는 총으로 무장했다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동대문과 의정부 일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민간인 사망자가 180여 명이나 발생했다고 썼다. 4·19혁명 희생자는 대학생24명, 고등학생 39명, 중학생 21명, 초등학생 6명이며 일반인이 96이다. 모두 186명이다. 이들은 서울을 비롯한 마산 광주 등 전국의 집계다. 학생이 주도했기 때문에 민간인으로 뭉뚱거리면 안 된다. 그는 5·18때 165명이 사망한 사실과 비교하면서 4·19도 폭동이고 반란이란 말이냐고 엉뚱한 논지를 폈다. 민중을 탄압하고 부정을 저지른 독재정권에 저항하다가 희생된 사람은 숫자로 따지는 것 자체가 불경(不敬)이다.

4·19혁명은 순수한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궐기하여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도 끝내 독재자를 추방한 세계 혁명사에 우뚝 선 기록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수류탄과 총격전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4·19에 대한 모독이다. 박씨는 논문을 취소하고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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