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단상
[의료칼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단상
  • 승인 2023.06.11 21: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경록 안심가톨릭 연합의원장, 대구시 의사회 편집위원
진료란 다양한 질병의 원인과 치료에 대한 기초의학지식을 갖추고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의 의료행위를 말한다. 의사는 환자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문진과 신체검진 등 기타 여러 방법을 통해 체계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을 거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환자의 문제를 잘 해결해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심한 병력 청취와 문진을 통해 환자가 가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올바른 신체적 검진을 통해 필요한 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확실한 진단과 치료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진단과 치료에 있어 어느 하나도 빠트릴 수 없으며 특히 신체검진은 병력 청취와 더불어 환자의 질환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시행하는 기본적인 정보수집과정이다.

신체검진은 기본적으로 보고, 듣고, 두드려보고, 만져보는 시진, 청진, 타진, 촉진을 말하며 이를 통해 환자가 처한 상태를 파악한 이후, 병력 청취와 신체검진을 보조하는 수단으로써 필요한 경우에 혈액, 영상등 각종 검사를 통해 진단을 명확히 한 다음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바쁜 외래 진료시간에 쫓기거나 질환에 따라 전신의 신체검진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판단은 완전히 의사의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감염의 위험성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내려가며 그 위험성이 낮아지자 취지와는 다르게 환자의 편리를 위해 시범사업의 형태로 변질된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야 굳이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진료 대기도 없이 화상이나 전화 통화를 통한 진료로 간단히 처방받아 투약할 수 있으니 신속하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더 없이 좋은 방법일 수 있겠으나, 앞서 말한 신체검진의 대부분을 생략한 것은 진료를 책임지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부정확하고 위험한 방법일 뿐아니라, 특히 소아나 고령자에 대한 초진의 경우 그 위험성이 훨씬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명확한 일일 수 밖에 없다.

산간 벽지 또는 섬지역과 같은 의료사각지역이나 노인, 장애인과 같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경우, 의료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코로나 이전에도 불가피하게 불완전하게나마 비대면으로 진료나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의료법은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의사가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럼에도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비대면으로 대리처방을 요구하는 환자 보호자들을 만날 수 있다. 직장, 학교, 출장이나 여행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환자를 대신하여 처방전을 받으러 내원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환자에게 대충 전해 들은 증상으로 초진 처방까지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의료법 제 17조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처방전 수령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할 경우 처벌도 엄히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물론 앞으로 화상 통신기술이나 첨단 IT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의사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대부분의 진료가 이루어 질 수도 있고, 심지어 의사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의사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미래의 일이며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 병력을 들어보고 그에 걸맞는 신체검진을 한 후에 정확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 원칙임에는 변함이 없다. 자칫 편리함과 간편함을 추구하기 위하여 정작 중요한 원칙을 간과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