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칼럼] 대한민국 자존심만 구긴 이재명 제1야당 대표의 중국대사 알현(謁見)
[윤덕우칼럼] 대한민국 자존심만 구긴 이재명 제1야당 대표의 중국대사 알현(謁見)
  • 승인 2023.06.1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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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만찬회동 이후 한중관계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싱 중국대사의 초청으로 이날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했다. 회동의 목적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한 공동대책 마련과 반중 정서 해소 등이라고 민주당은 밝혔다.

하지만 싱 중국대사는 이 자리에서 대놓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싱 중국대사는 중국 외교부 국장급 인물에 불과하다. 그는 이날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로 이 대표를 초청해 한중관계·국제정세·남북관계·대중 무역적자·일본과의 관계 등을 얘기하면서 내정간섭을 일삼았다. 외교관이 주재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정면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 제1야당 대표로서는 중국 대사에게 사실상 훈시를 당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날 회동을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싱 대사의 이날 발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주한 외국 대사가 국내 정치권 인사와의 회동에서 발언한 내용을 언론에 자료로 제공한 것은 드문 일이다.

싱 중국 대사는 이날 이 대표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작정한 듯이 준비한 원고를 꺼내 15분 가량 윤 정부를 여과없이 비판했다. 그는 “현재 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또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다”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중국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사실상 한국 정부를 향한 협박 발언이다.

남북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은 관련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며 조속히 ‘쌍중단(雙中斷)’을 다시 추진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훈련을 함께 중단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이다. 최근 한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가 확대되는 원인과 책임도 한국에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는 등의 객관적 원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것이 더욱 주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와 관련해 “이 문제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면 목소리도 함께 내고 또 공동의 대응책도 강구해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싱 대사는 “일본이 경제 이익을 위해 태평양을 자신의 집 하수도로 삼고 있다. 결연히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후쿠시마보다 삼중수소 배출량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 동부 해안의 원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싱 대사가 10장 가까이 준비한 모두 발언을 하는 동안에 이 대표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여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중국 대사가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 등을 공개 비판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9일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전날 만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공동 대응을 논의한 데 대해 “쇼를 벌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중국의 55개 원전은 대부분 우리 서해와 맞닿은 중국 동쪽 연안에 몰려있고, 여기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배출량의 50배에 이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후쿠시마 방류수가 (태평양을 돌아) 4∼5년 뒤 한국 해역에 도착할 때 삼중수소는 17만분의 1로 희석될 것이라고 한다”며 “그렇다면 민주당은 일본보다 중국에 먼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11일에도 이 대표를 향해 “모욕당하고도 항의조차 못 했다”며 “역대급 외교 참사”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양국 외교부 사이에는 대사 초치를 비롯한 공개적 항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장호진 한국 외교부 1차관이 9일 싱 대사를 불러 문제 발언에 항의하자 다음날인 10일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정재호 주중대사를 중국 외교부로 불러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했다. 민주당이 당초 만찬회동 목적으로 밝힌 반중정서 해소는 커녕 긁어 부스럼만 생긴 셈이다.

이날 회동의 형식은 싱 대사가 이 대표를 초청하는 형식이었지만 이 대표의 처신과 싱 대사의 외교관례를 벗어난 무례를 보면 알현(謁見)에 다름이 없다. 제1야당의 경솔한 행동이 국민들의 자존심만 짓밟은 만찬회동이었다. 전·현직 대학교수로 구성된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대표에게 묻고 싶다. 싱 대사의 오만방자한 교시를 듣고도 그날 저녁 짜장면은 목구멍으로 넘어가던가”라며 “왜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 돼야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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