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그 말 한마디 하기 위해
자음들, 모음들 또 많은 經들
달달달 곱씹었다
태중胎中에서부터 되뇌이던 진언
안으로 꽁꽁 다져 마름질하던 주문
산새가 엿들을까
뭇 꽃들이 훔쳐 갈까
바람이 앗아갈까
두 겹 세 겹 책장 엮듯
굳게 말아 쥔 주먹
한 방의 펀치로 무너뜨리며
수류탄 터지듯
한마디 펑 던진 화두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김도향= 군위 출생. 2017년 ‘시와소금’ 등단.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죽순문학회. 여성문학회. 시산맥회. 시집 ‘와각을 위하여’, ‘맨드라미 초상’이 있음.
<해설> 과장과 엄살이 지나치지 않는 미학의 다름 아니다. 넘치는 과장 넘치는 엄살인 듯, 해도 시가 가닿고자 하는 그 목적지에는 진정성이 있기에 김도향 시인의 시는 재미를 더한다. 작약꽃이 피는 것을 두고 사랑한다 그 말 한마디 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은 엉뚱하다. 이런 엉뚱함은 “수류탄 터지듯”에 이르기까지 어떤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 시인의 “사랑한다.”라는 작약꽃의 말이며 동시에 시인의 말이다. 작약꽃이 왜 작약꽃이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몰라도 된다. 시인의 시를 읽는 모든 독자는 아마도 자신이 작약꽃이라는 행복에 빠질 테니까.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