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철도 파업
[대구논단] 철도 파업
  • 승인 2023.06.15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방송에 철도 파업 뉴스가 나왔다. 내일부터이다. 당황했다. 서울에 있는 병원을 예약한 날이다. 인터넷을 자세히 검색하였다. 전국적으로 무궁화 4편이 운행 중지되었다

우리가 예약한 기차도 무궁화호이다. 병원에 예약 시간을 맞추어 가려면 무궁화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KTX로 환승하여야 한다. 인터넷을 다시 검색하니 운행 중지된 기차 중에 우리 차는 없다. 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안심이 안 되어 기차역에 전화했다. 역무원이 전화를 받았다. 역무원은 이상한 소리를 하였다.

"내일 서울을 가기 위해 아침 8시 16분에 출발하는 무궁화를 예약한 승객이다. 무궁화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환승하여 수서역으로 갈 계획이다. 다른 이상은 없는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도 잘 모르겠다. 내일 되어 보아야 안다. 기차마다 기관사들이 태업하는 수도 있다. 기차를 출발시키기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면, 출발 시각이 지연된다. 준법 투쟁을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다"

"아니 그런 무책임한 대답이 어디 있는가? 이웃 가까운 역은 연락이 되어, 태업 상황이 미리 파악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승객이 대처할 수는 있어야지, 그러면 동대구역에서 KTX는 정시에 출발하는가?"
"지금으로서는 그것도 알 수 없다"
"지금 전화 받는 분도 노조원 아닌가?"
"맞다"
"노조원이 몰라도 그렇게 모르나, 그럼 지금 파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보수를 많이 달라는 것인가?"
"나도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것은 국유…" 말을 얼버무린다.
"당신이 정확하게 알고 답변할 수 있어야 국민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노조 홍보도 되지 않겠는가? 윤석열 정부에서 노조의 비리 문제, 사상 문제, 탈법문제 등에 강력하게 나오니까, 그래서 당신들 상부 노조에서 반정부 투쟁을 강력히 하니까, 거기에 힘을 실어 주려고 파업하는 것이 아닌가?"

"그 점에 대해 잘 모르겠다. 그러나 동대구역에 가서 KTX를 놓치면 다른 차를 연결해 줄 것이다"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가, 그렇게 되면 나의 병원 예약은 취소가 되고, 서울 일은 엉망이 되는데…."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이상 2023. 6. 8일 오후 4시 24분 OO역 역무원과 통화).

우리나라 노조는 노조원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가?
철도노조 파업에, 철도 노조원인 승무원이 파업을 왜 하는지를 일반 국민에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 몇몇이 그 위의 상급 노조(민노총, 한노총)의 명에 의해, 자신들의 이익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일에, 명분도 없이 파업에 가담하고, 반자의적으로 따라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노조의 투쟁은 '사회적 약자의 권익 향상이 기저가 되어야 한다.' 노조의 눈높이가 터무니없고 거짓되어서, 명시적이지 않으면 귀족 노조라는 덫을 벗어날 수 없다. 이번 파업도 그렇다. 운행 정지된 열차가 KTX, SRT, ITX, 새마을, 무궁화 중에서 왜 하필 무궁화호 4편인가? 무궁화호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우리 사회의 서민층이고 낙후된 농어촌 사람들이다. 이번에 무궁화호를 운행 정지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실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무궁화호를 예약한 승객 중에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은 비싼 택시비 등의 문제로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파업을 주도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무궁화호를 타고 다니는 승객은 다른 열차에 비해 많지 않다. 국민 여론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소수의 희생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렇게 얕은꾀로 승부수를 던졌다면 너무나 비 노조적이다. 노조는 사장님이 모인 단체가 아니다. 귀족 노조의 핵심 간부가 모인 단체도 아니다. 그들의 눈높이는 최전선에 있는 일반 조합원, 몇십 명 노조원이 있는 영세한 중소기업의 노조원의 삶의 현장이어야 한다.

아직도 무궁화호에는, 동해안 새벽 어시장에서 대형 고무다리이 한가득 어물을 싣고, 내륙 중소도시에 내다 파는 아줌마 부대의 애환이 있다. 노조가 그들의 눈높이에서 벗어 난다면, 탈법 부패노조, 폭력 세습노조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