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권력-공권력’이 충돌한 대구 퀴어축제
[사설] ‘공권력-공권력’이 충돌한 대구 퀴어축제
  • 승인 2023.06.19 2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동안 말도 많았던 대구 퀴어문화축제가 17일 폐막됐다. 그러나 축제의 적법성을 놓고 시청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축제 현장에서 발생한 공무원과 경찰 간 충돌에 대해 대통령실에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대구시와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해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양측 간 갈등은 숙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파장이 만만찮을 것 같다.

공권력과 공권력이 충돌한 사태는 이날 퀴어축제가 열린 대구시 중구 반월당역 인근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발생했다. 축제 주최 측이 무대 설치를 위해 현장에 차량 진입을 시도하자 대구시 공무원 500여명이 길을 막았다. 이에 대구경찰청은 기동대 20개 중대 1천500명을 투입해 대구시 공무원을 저지하며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최 측은 경찰을 응원했고 공무원 몇 명이 다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대구시와 경찰청의 집시법 해석의 차이 때문이다. 퀴어축제 측은 지난달 중부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했는데 당시 도로 점용 허가를 담당하는 중구청에는 관련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구시는 해당 도로가 ‘집시법 시행령에 규정된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차량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도로 점용을 제한하면 축제가 제한돼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라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불법집회를 뿌리뽑기 위해 집회 규정과 집회 소음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심야와 새벽 시간의 집회·시위를 제한하고 집회·시위 때 발생하는 소음 단속기준과 위반 시 제재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지금도 집시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는 교통질서 유지를 이유로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해당 시행령이 문재인 정부 때 사문화돼 시행되지 않았다.

집회·시위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요체로서 천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의 공공질서 유지와 일반 시민들의 손해나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민 88.2%가 현행 집시법의 요건과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자유와 방임을 구별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