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
  • 여인호
  • 승인 2023.06.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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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부초는 학구가 대한민국입니다. 즉 대한민국 어디서나 교대부초에 입학을 하고 싶으면 지원을 하고 추첨을 통해서 선정이 되면 다닐 수 있습니다. 간혹 교대부초를 다니다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면 매년 2월에 선정해 놓은 학년별 남녀별로 전입 후보자 순서대로 전입을 하게 됩니다. 전입 후보자도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대부초의 많은 아이들이 학교 가는 길이나 집으로 가는 길이 멀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합니다.

2023년 5월 30일 화요일은 대구교육대학교 4학년 54명이 4주 동안의 교육실습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점심 시간에 교장실에서 5학년 권보석, 이도진, 오하연 세 아이와 30여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침 이날 대구신문에 보도된 ‘교대부초 꽃배GC’에 세 아이가 공동으로 작성한 인터뷰 기사도 실렸습니다. 컬러로 한 장씩 인쇄를 해주고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세 아이도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학교 오는 길과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해서 자세히 물었습니다.

권보석은 집이 대구 북구의 칠곡지역(읍내동)입니다. 왕복 거리는 50여 킬로미터가 됩니다. 아침에는 주로 부모님의 승용차로 등교를 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온전히 보석이의 몫입니다. 학교를 마치면 726번 버스를 타고 대구지하철 1호선 월촌역에서 환승을 하고, 다시 3호선 명덕역에서 환승해서 팔거역에 내린다고 합니다. 학원은 요일마다 다른데 영어, 배드민턴, 수영 등 다양합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기타 레슨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는 시각이 10시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도진은 등하교 거리가 왕복 15 킬로미터 정도가 됩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머니가 수학 학원에 데려다 주면 학원을 마치고, 친구 어머니가 영어 학원에 태워 준다고 합니다. 마치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간다고 합니다. 3학년 때보다는 학원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오하연도 왕복 거리가 15 킬로미터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하교는 어머니 승용차를 이용하는데 요일마다 수학 피아노, 첼로, 영어, 한국사, 발레 다양한 공부를 합니다. 평균 8시 정도에 집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권보석, 이도진, 오하연 세 아이의 집으로 가는 길은 쉬운 길이 아닙니다. 거리도 거리지만 다니는 학원도 많습니다. 그래도 세 아이는 표정이 무척이나 밝습니다. 교대부초의 고학년 아이들은 이 세 명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음날 다시 교장실에서 세 아이를 만났습니다. 아이들에게 왜 교대부초를 다니는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한참동안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서 쓴 내용입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리 학교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다. 좋은 교육시설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 수업 등 다른 학교와 집에서 배울 수 없는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 학년마다 어울리는 좋은 교육환경에서 친구들과 모둠활동,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우정도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또한 방과 후 활동인 오케스트라, 중창단, 컴퓨터 등도 재미가 있다. 모든 선생님들이 교육에 정성을 다하면서 재미있는 수업을 해 주신다. 그래서 우리학교 비전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수업을 하는 학교’이다. 맛있는 점심이 늘 기다려지며 교생 선생님이 오시면 더 활기가 넘치고 즐겁다. 매일 아침 교문에서 교장 선생님이‘사랑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인사해 주시는 것도 고맙다. 학교 가는 길과 집으로 가는 길이 조금 힘들어도 꼭 우리 학교에서 졸업을 할 것이다.”

초등학교 5~6학년이었던 영호의 집으로 가는 길은 유람의 길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집까지 그리 멀지 않은 길이었지만, 공부를 마치고 축구 좀 하다가 학교를 나서서 이것저것 살피고 비포장인 신작로에서 놀다 보면 저녁 무렵에 집에 도착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숙제 걱정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학원의 존재가 없었던 행복한 시절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영호의 집으로 가는 길은 승용차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2017년 6월 12일 폐차한 무쏘는 659,012 킬로미터를 탔습니다. 지금은 아주 가끔 기차를 타기도 하지만 왕복 110여 킬로미터를 다니는 데는 승용차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몇 개월이 지나면 이런 집으로 가는 길도 없습니다. 즉 더 이상 학교 가는 길은 없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마침, 회귀, 휴식, 안식 등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은 학교 가는 길의 의미와 상대성이 있습니다. 또 누구는 학교나 근무지에서 퇴근이나 퇴직하고 집으로 가는 길은 회귀와 마침의 의미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집으로 가는 길이 안전하면 좋겠습니다. 그 안전한 길에 행복까지 더한 길이면금상첨화이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의 집으로 가는 길이 그들의 꿈과 희망을 가꾸는 소중한 길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영호는 오늘도 집으로 가는 길을 시작합니다.



김영호<대구교대부설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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