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나지막한 산 아래
동그란 호수
한가로운 품에
실바람이 이끄는 물결
미끄럼틀 타고 노니는
아기붕어 한 마리
노을을 배웅하던
산 그림자
지친 하루 닫으며
덩달아
호수에 풍덩 내려앉는다
◇김복순= 경남 함양 출생. 2010년 ‘시선’으로 등단.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은시문학회 회원. 시집 ‘정(情) 수리센터를 찾습니다’.
<해설> 저녁 무렵의 호수를 시인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호수는 어떤 호수인가? 나지막한 산 아래 있는 호수이다. 그것도 동그란 호수이다. 동그란 호수는 아마도 동그란 손거울은 아닐까? 바슐라르가 호수-눈-거울의 동일한 이미지로 본 것을 적용해보면 시인이 지금 보고 있는 호수는 평화로운 시인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호수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결이 있고 그것도 한 마리 아기붕어가 있다. 이때 아기붕어는? 외로움이다. 노을을 배웅하던 산 그림자는 결국 아기붕어의 반짝이는 비늘에게 따듯한 위로의 이불이 덮이기를 시인은 지금 심정적으로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박윤배(시인)-